21일 방일(訪日)하는 윤병세(사진) 외교부 장관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면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을 한국으로 보내 여러 현안을 사전 조율토록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윤 장관의 아베 총리 예방 여부에 대해 “양국 간 여러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도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면담은 22일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기야마 심의관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여 동안 외교부 조태용 1차관, 이상덕 동북아국장과 면담했다. 그는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외무대신의 지시로 급히 오게 됐다. 여러 화제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역사 인식 문제 논의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부터 쌍방이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의 방일 일정 등 테크니컬(기술적)한 부분의 사전 준비 차원에서 방한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립 일변도로 내달렸던 양국은 21∼22일 외교장관 회담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 등 관계 개선을 꾀할 만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조선인 강제징용시설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양국 관계가 반전될지 주목된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협상이 마무리 단계임을 밝힌 데 대해 그는 “한·일 협상은 미세한 문제를 꼼꼼히 따져야 해 타결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신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간 8차례 협의를 통해 나름 의미 있는 진전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모토오카 쇼지(本岡昭次) 전 일본 참의원 부의장과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 이바라키대 명예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일본 ‘위안부 문제의 입법 해결을 요구하는 모임’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앞으로 각각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불편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사죄하고, 명예회복 조치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일본의 리더가 취할 태도”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에겐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 사실을 청취할 것을 촉구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찬성 여론도 커지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95% 신뢰수준 ±3.1% 포인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는 8월 아베 총리의 담화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반성이 미흡하더라도’ 정상회담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6.3%에 달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21일 방일하는 윤병세 외교장관, 아베 면담할 듯
입력 2015-06-20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