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어 덴마크서도… 거세지는 유럽 ‘脫EU 바람’

입력 2015-06-20 02:37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덴마크 총선에서 집권당을 누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오른쪽)가 아내와 함께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의회에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 곳곳에서 ‘탈(脫)유럽연합(EU)’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 이어 덴마크 총선에서도 ‘EU 회의론자’인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야권연합이 승리하면서 EU 공동체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전날 치러진 총선 투표 집계 결과 라스무센 전 총리의 중도우파 자유당과 배타적 이민정책을 내세운 덴마크국민당 등 우파 야권연합이 90석을 손에 넣었다고 19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반이민·반EU 기조의 극우정당인 덴마크국민당은 4년 전 총선 당시의 배에 가까운 2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제2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집권 사회민주당의 토르닝-슈미트 현 덴마크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를 꺼낸 것은 390억 덴마크 크로네(약 6조5500억원) 규모의 특정분야 지출 5개년 예산안 때문이었다. 그러나 토르닝-슈미트 총리가 난민 수용 문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과 달리 이민자 수용 반대를 내세우는 우파 연합이 표심을 잡으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더불어 노인복지 확대 정책 등을 지지하면서 좌파 정당인 사민당과 자유당의 표도 빼앗았다는 분석이다. 사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덴마크사회자유당 등 좌파연정은 85석을 얻는 데 그쳐 패배를 인정하고 총리 및 당수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덴마크국민당 등 우파 정당들은 최근 “EU가 사회복지연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영국과 다른 국가들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EU 역내 이민자에 대한 복지혜택 축소 요구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극우정당이 힘을 얻고 있어 EU 내 불화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남유럽에서는 경기침체로 인한 긴축정책에 지친 국민들이 긴축을 요구하는 EU에 반대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지방선거에선 반긴축·반EU 기조의 좌파연합이 수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 의회를 장악했다.

영국이 EU 협약 개정을 요구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운운하는 데 대한 EU 회원국들의 ‘불편한 심기’도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전날 캐머런 총리에게 “EU 탈퇴로 협박하지 말라”면서 “영국 내 EU 회의론자들을 잘 버텨내라. 비난전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도 이례적으로 영어 사설을 싣고 1815년 나폴레옹이 전 유럽에 맞서 워털루 전투에 나섰다가 대패한 것처럼 영국이 유럽의 반대에 맞서 브렉시트를 도모하다가는 프랑스처럼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