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용산구 용산중학교 체육관에 20대부터 50대까지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40여명이 모였다. 10명씩 조를 이룬 이들이 일렬로 선 채 버저에 맞춰 달리기를 시작했다.
프로농구연맹(KBL)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심판 합동 트라이아웃을 진행하는 현장이었다. 심판 합동 트라이아웃은 각 연맹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KBL과 WKBL은 우수 심판 수급과 더불어 남녀 프로농구에서 판정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은 국제농구연맹(FIBA) 공식 국제심판 체력 테스트인 달리기에 이어 용산중학교와 홍익대부속중학교 농구부 선수들의 경기에 투입돼 실기 테스트(판정, 위치선정 등) 등을 받았다.
두 연맹이 갑작스럽게 합동 트라이아웃을 한 것은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프로농구는 오심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특히 KBL은 지난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까지 도입했지만 오심 문제는 여전했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심판이 특정 팀을 밀어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농구의 인기에도 영향을 줬다.
이날 합동 트라이아웃은 KBL과 WKBL이 심판의 투명성을 강화해 각종 의혹을 해소하자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실기와 체력 테스트를 거쳐 각 연맹에 채용된 심판은 이후 고과점수만으로 재계약했다. 그러나 합동 트라이아웃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존 심판도 신입 지원자와 함께 매년 실기 테스트를 받아야 심판을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KBL이 사무국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조직 개편의 핵심 내용은 심판부와 경기운영 부분을 기존 사무국 조직에서 분리 독립시켜 ‘경기 본부’로 신설한 것이다. 미국 프로농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미 WKBL은 심판부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다. 농구계는 KBL의 이 같은 조치가 심판부 운영의 독립성을 구체화하는 전초 단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민 KBL 신임 본부장은 “심판부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향상시키고 원활한 경기 운영으로 프로농구 경쟁력과 인기를 만회하기 위한 조치”라며 “감독이나 구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투명한 심판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편 1997년 프로농구 원년부터 심판으로 활약하며 팬들과도 가장 친숙했던 황현우(개명 전 황순팔) 심판은 이날 트라이아웃에 참여하지 않아 다음 시즌엔 농구 코트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프로농구 심판 첫 합동 트라이아웃… 오심 줄이기·투명성 강화 일환
입력 2015-06-20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