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전담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이 19일 병원 내부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환자 치료 과정과 추가 확산 방지책 등을 투명하게 알려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의료원에는 1번 환자를 비롯해 모두 19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다. 확진 환자가 12명, 의심 환자는 7명이다. 그동안 확진자 2명이 완쾌됐고, 3명은 숨을 거뒀다. 이 병원의 감염·호흡기내과 의료진 110여명은 한 달째 귀가하지 못한 채 메르스와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다.
◇치료보다 더 힘든 건 ‘감염덩어리’로 보는 시선=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의료원 풍경은 한낮 공원처럼 한산했다. 지난 10일부터 일반 환자 진료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병원 입구에는 차량을 통제하는 1m 높이의 바리케이드가 설치됐고, 그 옆에서 의료진 5명이 손에 전자체온계를 든 채 방문객과 출근하는 의료진의 체온을 쟀다. 서울 빌딩 숲 한복판에 있는 의료원은 섬처럼 고립돼 있었다. 그러나 본관 5∼8층 격리병동에 올라가자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정은숙(53·여) 수간호사는 “음압병실에 들어가 환자를 돌볼 때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단된 레벨C 보호복을 입고 들어간다”며 “보호복은 한 번 입고 폐기한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환복과 폐기 처리를 보조하는 인력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보호복을 입고 2∼3시간 음압병동에서 환자를 돌보고 나온 간호사들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이들을 ‘감염덩어리’로 보는 세상의 시선이라고 했다. 정 간호사는 “병원 앞에서는 택시 잡기도 쉽지 않다”며 “아이가 있는 간호사의 경우 학교에서 따로 체온 체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일 메르스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들에게 환자의 쾌유는 최고의 보상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 12명 중 2명은 상태가 호전돼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간호사는 “상태가 좋은 환자에게는 가족들이 보낸 선물이나 책 등을 넣어드린다”며 “환자가 회복세로 들어설 때마다 방역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외래 환자의 발길이 끊긴 병원 1층 로비는 곳곳에 불이 꺼져 있었다. 커피숍·편의점 등 편의시설도 모두 지난 13일 이후 문을 닫았다. 1층 접수창구를 홀로 지키고 있던 병원 직원 김모(24·여)씨는 “평소 수천명의 환자와 가족이 드나들었지만 이제는 다른 병원에 가기 위해 서류를 달라고 하는 환자들의 문의 전화만 온다”며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립의료원 야외주차장에는 음압병실이 모자랄 때를 대비해 ‘음압병동 텐트’ 6개가 설치됐다. 음압시설을 비롯해 병상과 화장실, 폐기물처리통 등 일반 격리병동과 동일한 시설을 갖췄다. 하지만 의료진의 바람은 이 텐트들이 쓰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의료진 모두 31일째 메르스 사태로 지쳐 있고, 중환자 관리를 위해 밤을 새우기도 일쑤인 상황”이라며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진정국면에 들어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의료진·환자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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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20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