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삼성물산의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이익을 위해 불공정한 합병을 추진했다고 공격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정당한 합병에 대해 엘리엇이 악의적인 주주권을 행사한다고 맞섰다. 법원은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임시주주총회 소집 공고일 전날인 다음달 1일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다.
◇“불필요한 합병, 오너 일가 지배권 때문” vs “합병으로 미래성장·주주가치 극대화”=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용대) 심리로 열린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팽팽하게 맞섰다.
엘리엇은 이번 합병이 정당성과 공정성 면에서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엇 측 대리인은 “제일모직은 수치 면에서 삼성물산과는 비교도 안 되는 회사이며, 사업구성 면에서도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합병은) 삼성물산 자체의 이익보다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켜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를 오너 일가가 어떻게든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합병이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는 합병 후 미래성장성까지 시장에서 평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측 대리인은 “주가는 시장참여자들의 평가가 종합된 가장 객관적 가치”라며 “합병비율에 대한 판례는 허위자료나 터무니없는 예상수치에 근거하지 않는 경우에만 합병을 무효로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날 홈페이지에 게재한 자료에서 “뉴 삼성물산은 바이오·패션·식음서비스·건설 등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높은 안정성과 성장잠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합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삼성물산 이사회, 주주이익에 반하는 결정” vs “악의적인 주주권 행사 막아야”=양측은 합병 결정이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이사회가 합병 과정에서 부여된 직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주주이익을 침해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엘리엇 측 대리인은 “삼성물산 이사진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계열사 간 합병의 경우 10% 할증을 할 수 있는데도 도식적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정치권 등에서 합병시점 및 비율과 관련해 삼성물산 이사진의 배임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삼성물산은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가 결국 삼성물산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삼성물산 측 대리인은 “엘리엇의 주주제안은 삼성전자 주식을 현물배당하라는 건데 이는 주식자산을 다 빼가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것”이라며 “엘리엇의 악의적인 주주권리 행사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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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주권 악의적 행사” 엘리엇 “대주주 위해 불공정 합병”… 가처분 2건 본격 법정공방
입력 2015-06-20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