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 미국 국가 사적지로 지정된 흑인교회에서 20대 초반 백인 남성이 17일(현지시간) 기도 중인 흑인 신도 9명을 살해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범인 딜런 로프(21)는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 지하 예배실에서 신자들 옆에 앉아 있다가 오후 9시5분쯤 클레멘타 핑크니(41) 목사를 겨냥해 총을 쏜 뒤 다른 신자들에게도 난사했다. 다음날 로프를 검거한 경찰은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하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희생자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총격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다가 살아난 목격자들은 로프가 “당신들은 우리 여성들을 성폭행했고 우리나라를 차지했다”면서 “나는 흑인에게 총을 쏘러 왔다”고 말했다고 경찰에 증언했다. 사망자 9명은 모두 흑인으로, 주 상원의원이기도 한 핑크니 목사 등 목사 3명이 포함됐다. 무고한 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로프의 종교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범행동기가 인종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교회가 증오범죄의 표적이 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평화와 안식을 찾는 장소에서 다수의 희생자를 낳은 총격이 일어나 가슴이 아프다. 인종과 신앙을 대상으로 한 증오가 우리의 민주주의와 이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시의적절했다. 교회 내의 범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철저하게 수사하는 것은 물론 재발 방지책 마련에도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미국 교회와 우리나라 교회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1884년 개신교 선교사 최초로 한국 땅을 밟은 이가 미국의 호러스 알렌 선교사다. 알렌의 모교회는 오하이오 델라웨어제일장로교회였다. 현재 그 교회의 데보라 페터슨 담임목사 등이 130주년 기념예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 중이다. 미국 교회의 아픔은 우리의 아픔이다. 흑인교회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자.
[사설] 교회에서 흉탄에 숨진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
입력 2015-06-20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