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확진 환자가 처음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세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감염자 수가 지난 13일 이후 계속 한 자릿수를 나타내더니 18일에는 1명만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격리자도 대폭 줄어 다시 5000명대로 내려앉았다. 반면 격리에서 해제된 사람은 대거 늘었다. 한 달 동안 온 나라가 ‘메르스 공포’에 시달렸던 점을 감안하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큰 불은 꺼졌을지 모르나 아직 전국 곳곳에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불씨는 삼성서울병원이다.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은 3차 유행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가장 큰 곳이다. 이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현재 전체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의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확진자는 격리되기까지 9일간 무방비로 병원을 누볐다. 응급실 밖 공간에서 감염된 환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4, 5차 감염은 물론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165번 환자가 투석 치료를 받은 강동경희대병원과 감염경로가 모호한 평택 경찰관에 의해 처음 감염된 환자가 다녀간 아산충무병원 등도 요주의 병원이다. ‘감염 지뢰밭’이 사방에 널려있는 셈이다.
감염병의 특성상 당국의 방역 레이더망을 벗어난 확진자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2009년 거의 다 잡았던 신종플루 바이러스가 부주의로 다시 창궐했던 쓰라린 경험을 잊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메르스가 진정세로 돌아섰다”는 방역 당국의 판단은 너무 낙관적이다. 지난주에도 “고비는 넘겼다”고 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은 메르스 대응에서 근본적 실수를 반복했다”는 미국 보건 전문가들의 충고를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이제 시작이라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시민의식도 더 성숙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사설] 큰 불 잡았을지 모르나 아직 곳곳에 불씨 있다
입력 2015-06-20 0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