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보존과 보전

입력 2015-06-20 00:10
남대문 화재. 위키미디어 커먼즈

보존(Preservation)과 보전(Conservation)은 어떻게 다른가?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을 의문이다. 의사소통에 있어 사용하는 용어의 올바른 이해는 사회생활에 있어 가장 기본적 수단요소인 동시에 핵심 사항이다. 2008년, 우리는 남대문을 잃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남대문의 전소, 이것은 보존의 실패인가 아니면 보전의 실패인가? 둘 다 가능한 답일 수 있겠으나 우선적으로 “보존에 실패한 것”이라고 답하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남대문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방법은 대형 유리관을 만들어 사람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함과 동시에 비바람으로부터 이를 보호하고, 오염된 대기나 빛으로부터 영향을 줄여 산화나 탈색을 방지할 수 있는 첨단 시설을 사용하여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대문을 보전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남대문의 본래 기능과 국보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유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남대문을 통과도 하고 망루에 올라 남대문의 역할을 상상하고 체험토록 하며, 보수가 필요할 경우 과거 기록에 언급된 동일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이를 유지 보수함으로써 남대문의 기능과 지닌 가치를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이를 보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존은 어떠한 것의 구조적인 특징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그대로 존속시키기 위해 보호하는 것이다. 즉, 남기는 기작에 중심을 둔 용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보전은 기능적 특징의 보호에 무게를 두고 이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어떠한 것이 지닌 고유한 역할 또는 무형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기능적 의미가 강한 생물다양성이란 용어엔 ‘보전’이, 이를 구성하는 생물종들에게는 ‘보존’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게 올바른 표현이라 하겠다.

메르스 사태로 치사율과 사망률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으나 잘못된 이해와 사용으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망률이란 인구 1000명당 연간 사망자 수로 나타낸다. 즉, 사망률 40은 천분율(1000명당 40명)이다. 백분율로 나타내는 치사율로는 4%에 해당된다. 과학 용어의 올바른 사용이 사회적 불안감을 낮추고 건강성을 높일 수 있음을 인식할 때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