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흑인교회에서 20대 백인 남성이 총을 난사해 기도 중인 흑인신도 9명을 살해했다. 흑인에 대한 증오가 범행동기로 알려져 흑인들의 우려와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7일 오후 9시쯤(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중심가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위해 모인 신자들에게 백인 남성인 딜런 루프(21)가 총격을 가해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2명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중 1명은 사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 상원의원이기도 한 이 교회의 담임목사 클레멘타 핀크니도 총격으로 숨졌다. 당시 교회 안에는 모두 13명이 있었다.
범인은 범행 뒤 달아났다가 이튿날 오전에 범행장소에서 3시간 반 거리의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범행 1시간 전에 교회에 와 있었으며 공부 모임에도 참석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프 릴리 찰스턴 시장은 “교회에서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총질하는 것은 가장 악랄한 범죄”라고 말했다. 릴리 시장과 그레그 멀린 찰스턴 경찰서장은 범행 동기를 인종 증오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특히 “범인이 희생자들이 흑인이기 때문에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과거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우며 흑인에게 위해를 가하던 KKK가 활동하던 주무대이기도 하다. 미국남부빈곤법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증오단체는 784곳에 이른다고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KKK와 네오나치, 백인국가주의, 인종주의 스킨헤드 등이 대표적이다.
찰스턴의 인종 분포는 인구 10만명 중 백인이 63%, 흑인이 34%다.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비중이 높은 도시다. 인근 노스찰스턴에서는 지난 4월 4일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등 뒤에서 총으로 쏴 죽인 사건이 벌어져 흑인들의 반발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었다. 사건 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경찰의 몸에 카메라를 부착토록 하는 법안을 추진했으며, 담임목사 핀크니도 이 법안 제정에 적극 나섰다.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1816년 흑인노예들이 세운 교회로 미국에서는 가장 오래 된 흑인교회다. 교회 설립자 중 한 명은 1822년 흑인노예들의 폭동을 조직하다 체포됐다. 폭동은 무위에 그쳤지만 당시 35명이 처형됐다. 보복에 나선 백인농장주들이 이 교회를 불태우기도 했다. 고딕 양식의 현재 건물은 1891년에 지어져 역사적 가치가 높은 교회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찰스턴에서 18일 가지려던 유세를 취소하고 “유족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7일 찰스턴을 방문했으나 총격 전에 이 도시를 떠났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찰스턴 감리교회 총격사건] KKK 범죄?… 美 백인청년, 기도하는 흑인들 향해 난사
입력 2015-06-1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