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심문기일을 앞두고 여론전에 나섰다. 삼성물산도 엘리엇이 요구한 현물 배당 등의 안건을 다음달 1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 상정키로 해 양측의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엘리엇은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며 삼성물산의 주주들에게 심각하게 불공정하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지지하지만 진행과정에 수반되는 계획이나 절차가 모든 기업지배구조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엘리엇은 또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를 개설한 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관한 엘리엇의 견해’라는 27쪽 분량의 분석자료를 내 건설업계 전체의 부진으로 합병이 불가피하다는 삼성물산의 주장을 일축했다. 엘리엇은 “(합병 발표 전날인) 5월 25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삼성물산 0.64, 현대건설 0.98, GS건설 0.66, 대림건설 0.68로 엇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삼성물산의 자산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 계열사 지분을 제외하면 삼성물산의 PBR은 마이너스 0.06으로 기형적으로 낮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엘리엇이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구인 ISS 제출용으로 작성한 자료를 공개한 점, 엘리엇이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금지, 삼성물산의 자사주 의결권 금지) 심문기일을 앞두고 입장을 냈다는 점에서 합병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여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또 이번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에 주주명부를 포함해 이사회 및 위원회 등의 전체 회의록(올해 1월 1일∼5월 26일)에 대한 열람·등사를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도 엘리엇에 맞불을 놓고 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을 임시주총 의안으로 추가 확정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전자·삼성SDS 주식 등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주주들에게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하고,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해달라는 주주제안을 하며 삼성 측을 압박했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엘리엇의 주주제안과 관련해 일부 위법 소지가 있으나 원활한 합병 절차 진행을 위해 임시주총에 상정키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엘리엇, 합병 문제점 담은 자료 공개 여론전-삼성물산, 엘리엇 요구 주총 안건 올리며 맞불
입력 2015-06-19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