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산발적 환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평택성모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 같은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이 재발하지 않으면 이달 말 이후 메르스 사태가 잦아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대규모 4차 감염이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소규모 환자 발생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따라서 메르스 사태를 하루빨리 종식시키려면 먼저 노출자 파악과 격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계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국민들은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말고 일상에서 메르스 대응 지침을 철저히 따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보건 당국…노출자 추적·관리에 역량 집중해야=이종구 서울대 글로벌의학센터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신종 감염병 확산 차단에 왕도는 없다”면서 “바이러스 경로를 꼼꼼히 추적하고 철저히 격리해야 메르스 유행을 빨리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출자를 빠짐없이 가려내고 추적해 노출 정도에 따라 철저히 격리해가며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메르스 발생 한 달이 다 됐지만 여전히 당국의 관리 밖에 있던 감염자가 잇따라 나오는 실정이다. 한림대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도 “메르스가 확산된 데에는 일부 감염 의심자들이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바이러스를 퍼뜨린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은 “감염자가 생기면 규모에 관계없이 노출 범위를 넓게 가정하고 강력히 대응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메르스가 전국으로 퍼진 현 상황에선 지자체가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노출자 파악 및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종구 센터장은 “유행 초기에 지자체가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했던 부분이 뼈아프다”면서 “이는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가 ‘경계’ 이상이어야 범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체계가 가동되는 현재 위기대응 매뉴얼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해결 후 위기대응 매뉴얼 수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병률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현재로선 방역이 최우선이지만 바이러스 등 감염병 치료제나 예방 백신 연구·개발(R&D), 역학조사관 등 감염병 조사 인력 충원 등 중장기적 대응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교수는 이를 위해 감염병 전문가 및 사회 각 분야 대표들로 된 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병원들…철저한 감염 관리, 환경 개선 시급=메르스 사태의 발원지가 된 병원들은 더 이상의 노출을 막기 위해 감염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고 정부의 방역 대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격리자나 추적 관찰자에 대한 정보를 즉시 공개하고 다른 의료기관과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종합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감염자를 낸 병원들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 단순 방문자까지 다 추적해 관련 정보를 다른 병원들에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감염 의심자들을 가려낼 수 있고 일반 환자들이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병원 내 감염의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내 개선하고 필요하면 정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의료법상 300인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병원 내 감염관리실을 갖추도록 돼 있는데, 비용 때문에 병원들이 투자와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300인 이하 중소규모 병원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전병률 교수는 “지난 2년간 의료 관련 감염증 포럼을 통해 정부와 꾸준히 논의해 왔지만 실현되지 않은 측면이 많다”면서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인실 위주 병실 환경, 가족이 모이는 병문안 문화, 대형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리게 한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목소리도 나온다.
◇격리자…위생수칙 지키고 의심 증상 땐 즉시 신고=일반 시민들은 삼성서울병원 등 메르스 발생 병원을 다녀온 후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보건소에 즉시 신고하고 당국의 관리를 잘 따라야 한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일선 병원은 메르스 발생 병원을 다녀온 환자를 기피하고, 환자들은 진료를 못 받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병원 방문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 자세가 절실하다. 특히 격리자나 능동 감시자들은 보건소에서 배포한 대응 지침을 철저히 따라주고 통제 해제 시점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격리자 대상 물품 지원을 대한적십자사 등이 주축이 돼 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됐다.
한림대 의대 이재갑 교수는 “보건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이 커졌다. 하지만 지금은 방역체계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대응 속도도 빨라졌으니 정부를 믿고 따라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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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9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