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 달] 신장질환자 더 취약… 투석실 대량 감염 ‘초비상’

입력 2015-06-19 02:19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직원들이 18일 방호복을 입고 투석실 메르스 환자가 이용했던 엘리베이터를 소독하고 있다.구성찬 기자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을 이용한 환자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됐다. 165번 환자(79)다. 신장질환자는 특히 메르스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보건 당국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병원 투석실을 이용하는 신장질환자 111명 명단을 모두 확보하고, 165번 환자와의 접촉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다.

충남 아산충무병원은 외래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경기도 평택경찰서 경찰관인 119번 환자(35)가 닷새 동안 입원했던 이 병원의 간호사(53·여·163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투석실 메르스 노출=165번 환자는 76번 환자(75·여·사망)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일 76번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을 때 같은 병원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어디에서, 어떻게 76번 환자와 접촉했는지는 역학조사 중이다. 이 환자는 76번 환자가 내원했을 당시 응급실을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격리 대상은 아니었다.

165번 환자가 처음으로 메르스 증상을 보인 건 지난 9일이었다. 미열과 기침이 약간 있었으나 계획대로 투석치료를 받았다. 11일과 13일에도 투석치료를 받았다. 열이 많이 오르는 등 증상이 심해진 16일에 메르스 검사를 받았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투석실은 침대가 서로 가까이 놓여 있어 환자들끼리 밀접하게 접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번 투석할 때마다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오랜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된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은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111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응급실 레지던트(31·160번 환자)가 17일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보건 당국은 165번 환자가 160번 환자에게서 옮았을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강동경희대병원은 76번 환자가 지난 5∼6일 응급실에 머문 곳으로 코호트 격리(의료진과 환자가 바이러스 잠복기간인 14일 동안 병원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막는 것) 중인 집중관리병원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앞으로) 강동경희대병원에서 76번 환자로부터 노출된 추가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76번 환자가 다녀간 뒤 바로 (당국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산충무병원 외래·응급실 폐쇄=아산충무병원은 간호사가 감염되면서 외래와 응급실이 폐쇄됐다. 곧 의료기관 전체를 폐쇄하는 조치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 병원은 119번 환자가 지난 5∼9일 입원했던 곳이다.

163번 환자는 119번 환자가 입원한 병동을 담당했었다. 이 간호사는 지난 10일부터 코호트 격리 중이었다. 지난 16일에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등 증상이 처음 나타났고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 센터장은 “163번 환자는 병원 내 감염 사례로 본다”며 “아산충무병원은 코호트 격리를 확대해 외래와 응급실을 폐쇄하고 1인 격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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