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한 달] 국내 최고 삼성병원, 국제감염관리인증도 안 받았다

입력 2015-06-19 02:23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감염관리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의료진은 적합한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은 채 환자를 돌봤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병원임에도 국제감염관리인증도 받지 않았다. 정부는 삼성서울병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등 대응책을 내놨지만 병원 측의 안일한 대응 탓에 메르스 환자가 더 늘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 당국이 18일 밝힌 추가 확진자 명단에 포함된 164번 환자(35·여)는 삼성서울병원 메르스 진료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다.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격리된 75번 환자(63·여)와 80번 환자(35)의 치료를 돕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7일 72번 환자(56) 등 확진자 4명의 X선 촬영을 하던 방사선 기사(33·162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14번 환자(35)가 아닌 다른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의료진이 2명이나 발생했다.

164번 환자는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못한 채 환자를 돌봤다. 확진자 격리병동에서 촬영을 맡은 162번 환자는 레벨D 수준에 준하는 보호복과 얼굴 차단용 ‘페이스실드’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7일부터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비로소 레벨D 수준의 보호장구를 갖추기 시작했다”며 “그전까지는 개인보호구가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레벨D 보호장구는 보호복, N95마스크, 고글, 덧신, 장갑 등으로 구성된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164번 환자는 격리병동 의료진이라 레벨D 보호장구를 갖추는 것이 원칙”이라며 “보호장구를 벗는 과정에서 감염됐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감염관리와 관련한 국제인증 획득에도 소홀했다. 감염관리 인증기관으로는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가 대표적이다. 병원 관계자들이 1년 넘게 인증을 준비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에야 JCI 인증 준비를 시작했다.

송재훈(56) 병원장이 감염내과 출신인데도 인증의 필요성에 둔감했던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에는 정식 음압병상도 없다. 일반 격리병실의 공기공급량을 조절해 ‘인공적으로’ 음압병상을 만들어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탓에 의료진 감염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보건 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메르스 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와 접촉 밀도가 높은 1195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서울병원에 의사 10명, 간호사 100명 등 110명의 의료지원단을 파견키로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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