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쯤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차량기지 레일 위에 지하철 5호선 526번 열차가 멈춰 섰다. 뒤이어 ‘출근부대’를 각 직장에 내려주고 돌아온 열차가 여덟 갈래로 나뉜 레일마다 차례로 들어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면서 지난 3일부터 열차는 이곳에서 꼼꼼한 방역 작업을 거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히 차단된 흰 방역복을 입은 직원이 소독제 통을 어깨에 메고 주차된 열차 칸칸을 오갔다. 손잡이와 지지대, 중간중간 서 있는 봉 위로 펌프질을 했다. 그 뒤로는 파란 유니폼을 입고 마스크를 한 청소원들이 깨끗한 헝겊을 들고 일사불란하게 따라나섰다. 빠른 손놀림으로 승객들 손이 닿았던 모든 지점을 샅샅이 닦았다. 이어서 빗자루와 쓰레받기, 세제와 물걸레를 든 청소원들이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했다.
“메르스 사태가 얼른 끝났으면 좋겠어요. 다들 모두 지쳤어요.”
지하철 내부를 닦던 한 청소원이 말했다. 이날은 객실 내외부 물청소와 스팀청소, 연막 탈취 청소도 한꺼번에 진행됐다. 차량 외벽은 흠뻑 젖을 만큼 물을 뿌려 반짝반짝 빛이 났고, 승객들이 발을 딛는 내부 바닥은 거품으로 가득 찼다. 방진 마스크와 보호 안경까지 쓴 직원이 의자 시트를 열어 제치고 소독약을 뿌렸다. 스팀 청소기로 시트 속 먼지까지 하나하나 빨아냈다.
소독연기를 쐬는 탈취 작업을 할 땐 바로 앞의 동료도 안 보일 만큼 희뿌연 연기가 객차를 가득 채웠다. 청소하던 직원들의 얼굴에선 땀이 비처럼 줄줄 흘렀다.
고덕 기지 관계자는 “주 1회 해오던 손잡이 소독을 지난 3일 이후 매일 하면서 업무 강도가 7배는 세졌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모든 열차를 대상으로 객실 방역 작업을 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격주로 하던 의자 스팀청소는 매주, 격월이던 객실 탈취 작업은 매월 하고 있다.
열차 청소는 오전 8시25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이어진다. 고덕 기지에선 총 33명의 근무자가 2개조로 나뉘어 5호선 열차의 절반가량을 청소하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기존 청소 인력으로 업무를 감당하기 힘들어 일반 사무직원까지 투입되고 있다. 하루에 3, 4명씩 사무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오전 방역 업무를 돕는다. 기존 업무를 오후 시간에 몰아서 처리해야 하기에 근무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구용욱 고덕차량사업소 검수부장은 “방역을 강화한다는 홍보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민원이나 불편 신고는 아직 없다”면서도 “승객이 20%가량 줄어든 것을 보면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본사 차원에서 기간제 직원 채용도 검토 중”이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나 심희정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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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9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