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환자들·지친 의료진 곁 지켜야죠”… 메르스 최전선의 목회자, 원목들은 지금

입력 2015-06-19 00:08

‘하나님은 나를 돕는 이시며 주께서는 내 생명을 붙들어 주시는 이시니이다(시 54:4). 사랑하는 한가족 여러분 오늘도 힘내십시오. 두려움과 과로로 힘든 분들은 전화로 상담·기도해 드립니다.’

삼성서울병원 원목실 김정숙(여) 원목은 18일 새벽 병원 신우회인 ‘한가족의료봉사회’ 회원들에게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까지만 해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의료진들과 기도회를 가졌다. 하지만 메르스 확산 예방 조치로 병원의 단체 모임까지 어려워지면서 전화를 통한 기도요청과 기도제목 나눔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메르스 환자 치료와 확산 저지를 위한 활동이 집중된 가운데 ‘메르스 최전방’에 있는 목회자들을 꼽는다면 단연 원목들이다. 평소 병원 교회를 중심으로 환자와 가족, 의료진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치료 활동을 지원하던 이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일정 부분 활동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위한 위로 사역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메르스 감염 2차 진원지로 꼽히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일부 병동의 폐쇄에 이어 병원 출입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일거수일투족이 더욱 조심스럽다. 김 원목은 “병원 안에 있는 교회는 이달 초부터 출입이 금지됐다”면서 “아직 개방돼 있는 기도실은 수시로 락스 같은 세정제로 소독하면서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목은 “메르스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건강했던 직원들이 지쳐가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의료진들에게 위로와 격려로 힘을 북돋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국교회의 기도를 당부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날부터 예배와 기도회를 금지했다. 최형철 원목은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나 주보·전도지를 돌리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병원 측에서 양해를 구했다”며 “호흡기 질환 환자나 특별구역·중증 환자를 제외한 심방과 수술대기 환자를 위한 기도는 마스크를 쓰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9년부터 병원선교 사역을 하고 있는 최 원목은 이번처럼 병원 사역이 위축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와 달리 치사율이 높고 특정 병원이 뚫리다 보니 병원 사역뿐 아니라 의료인과 직원들까지 상당히 위축된 것 같다”면서 “어떤 일이 있든지 환자를 돌보는 일이 병원의 사명이기에 원목실도 수술실 내 의약품 전달 등 지원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 4명이 입원했던 분당서울대병원 원목실도 병원의 환자 상담이나 심방을 자제하고 있다. 이 병원 이증구 원목은 “병원에서 금지한 건 아니지만 환자들의 안전과 병원 입장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반 병원 원목실도 세심한 주의 속에 사역을 병행하고 있다. 서울적십자병원 김기정 원목은 “병실 위로 문병이나 단체 활동 등은 가급적 자제하면서 위생 조치도 철저히 따르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화나 카카오톡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기도와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교회는 병원 건물과 떨어져 있어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기존처럼 예배를 진행하고 있다. 노정현 원목은 “직원 기도회에서 나라와 민족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기도한다”며 “한국사회가 조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성도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재찬 양민경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