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영업점포 없이 온라인상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 한도가 현행 4%에서 50%로 대폭 상향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요건은 시중은행의 절반인 500억원으로 완화해 ICT 기업의 참여를 지원키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제5차 금융개혁회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방안을 18일 발표했다.
◇사전 규제 최소화=이번 방안의 특징은 ICT 기업과 금융의 융합이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전 규제를 최소화한 것이다. 금융위는 “보유한도를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수준(50%)까지만 완화해 타 주주들의 견제기능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위는 은산분리 완화가 대기업의 사금고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몇 가지 제어장치를 뒀다. 우선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이번 규제완화 대상에서 제외돼 기존의 4%룰을 적용받는다. 또 대주주의 신용공여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25% 및 지분율 이내에서 10% 이내로 축소하는 등 대주주와의 거래를 제한했다.
은행 설립에 필요한 최저자본금 요건은 시중은행(1000억원)과 지방은행(250억원)의 중간쯤인 500억원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수익모델이 불확실해 초기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최저자본금이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예·적금, 대출뿐 아니라 신용카드업, 보험대리점(방카슈랑스), 파생상품 매매중개업 등 일반 은행이 수행하는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다.
◇금융 당국과 금융권의 엇박자 가능성, ‘시범운영’의 틀 벗어날까=당국은 1단계로 1∼2개 은행을 시범 인가할 계획이다. 첫 은행 인가는 오는 12월 예비인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가능할 전망이다. 은산분리 규제가 그대로 적용되는 형태여서 1단계에서는 은행 소유 규제를 받는 기업보다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시범운영하는 우리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인 기업은행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은행보다는 제2금융권 참여를 바라는 분위기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은행은 지금도 사업부 방식으로 가능한데 굳이 인터넷전문은행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당국이 기대하는 제2금융권은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SBI저축은행이나 OK저축은행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였던 저축은행들은 당분간 구체적인 진출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제한적 허용이지만 은행의 소유규제를 대폭 풀어준 것, 비대면 방식의 실명확인 허용 이후 금융사기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인터넷은행 지분 50% 기업 허용… 금융위, 설립 방안 발표
입력 2015-06-19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