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물백신’(효과 없는 백신)을 알아차리고도 정부가 시정 노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관련 자체 감사를 실시해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을 직위해제하는 등 모두 32명의 공무원을 징계키로 했다. 그러나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이번 감사에 대해 일각에서는 “감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감사를 했다”는 비판도 있다.
18일 농식품부 구제역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구제역 백신 관리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쓰는 구제역 ‘O형 백신(O1-Manisa)’과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백신 매칭률(예방율)이 매우 낮다는 구제역세계표준연구소의 보고서를 받았다. 그럼에도 백신 매칭률이 낮다는 사실을 농식품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또 O형 백신보다 매칭률이 높은 백신이 있는데도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뒤 올해 2월까지 새로운 백신 도입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 관리·감독 총괄부처인 농식품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11년부터 전국적으로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면서 양돈농가로부터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육 발생과 관련한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농식품부는 줄곧 백신 부작용은 없다고만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또 축산농가가 “백신을 다 맞췄다”고 항변해도 항체 형성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나 이번 감사 결과 이는 맞아도 소용없는 물백신 탓이었다. 농식품부는 주 본부장 등 5명에 대해서는 중징계 의견으로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나머지 27명은 경고 등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세종=이성규 기자
구제역 방역도 총체적 부실… ‘물백신’ 알고도 보고 않고 방치
입력 2015-06-19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