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사진)의 ‘타는 목마름으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그게 엘뤼아르의 표절인 걸 알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민주화의 대의가 중요했기 때문. 지금 생각하면 그게 잘한 일이었는지 묻게 된다. ‘타는 목마름으로’를 온전하게 살린 것은 이성현의 작곡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70)씨가 지난 7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김지하(74) 시인의 대표작이자 1970년대를 상징하는 저항시 ‘타는 목마름으로’가 표절이라는 주장이다. 2주 전에 게재된 이 글이 최근 소설가 신경숙씨 표절 논란과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황씨가 언급한 엘뤼아르의 시는 ‘자유’라는 작품이다.
‘내 학생 때 공책 위에/내 책상이며 나무들 위에/노래 위에도 눈 위에도/나는 네 이름을 쓴다//읽어본 모든 책상 위에/공백인 모든 책상 위에/돌, 피, 종이나 재 위에도/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그리고 한마디 말에 힘입어/내 삶을 다시 시작하니/너를 알기 위해 나는 태어났다/네 이름 지어 부르기 위해//오 자유여’
엘뤼아르(1895∼1952)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으로 ‘자유’는 그의 대표작이다. 다음에 나오는 ‘타는 목마름으로’와 비교해 보면 ‘네 이름을 쓴다’는 핵심 문장이 겹칠 뿐만 아니라 구성과 주제, 어조 등에서도 유사성이 발견된다.
‘신새벽 뒷골목에/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오직 한 가닥 있어/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유신시대 질식할 것 같은 억압적 공기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서정적인 시어로 표현한 ‘타는 목마름으로’는 ‘오적’과 함께 김 시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시는 김광석, 안치환 등에 의해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표절 주장을 꺼낸 황씨는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로 후배 문인들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문단 원로다. 지난해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를 출간해 일반 독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가 표절이라는 주장은 2000년대 중반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신경숙發 표절 논란 확산 조짐]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재점화
입력 2015-06-19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