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경영 평가의 불공정성과 온정주의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평가의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부가 발표한 201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 개혁은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통계상으로 부채 감축 목표를 달성했고 민간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복지 혜택도 정리했다고 한다. 평가 등급도 전반적으로 올라갔다. 그렇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정부 평가는 미덥지 못한 구석이 많다.
A등급을 받은 한국도로공사는 자사 퇴직자와 2000억원대 불법 수의계약을 맺어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보도됐다. 더구나 ‘관피아’의 폐단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직후 이런 비리가 저질러졌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았으니 그 평가 결과를 누가 믿겠는가. 또한 정부는 중부발전, 광물자원공사, 시설안전공단 등 세 기관장의 해임을 청와대에 건의키로 했지만 이들 중 둘은 오는 7월과 8월에 임기가 끝난다. 어차피 곧 떠날 기관장과 힘없는 기관장을 골라 해임하는 것은 문책의 시늉만 내는 것이다.
공기업 경영 평가의 불공정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사를 하지 않고 심사 대상 기관이 작성한 보고서와 면접에만 의존하다 보니 규모가 큰 공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전담 조직과 적지 않은 예산을 평가 대비에 투입한다. 정부의 평가 기준이 수시로 바뀌는 것도 문제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독려하던 이명박정부 때는 높은 등급을 받았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정권이 바뀐 지난해 경영 평가에서는 무더기로 낙제점을 받았다. 기획재정부, 민간 전문가, 주무 부처, 해당 공기업 등 4개 직업·직장별 대표 20명으로 이뤄지는 각 평가단의 구성도 편파적이다. 주무 부처와 공기업은 어차피 ‘초록동색’ 동맹군이고, 기재부와 민간 전문가는 보고서를 비판할 여력과 책임감이 없다.
평가 주체가 공기업을 사실상 부리는 정부인 상태에서는 평가의 공정성을 기대하기가 애당초 무리다. 공공기관 평가가 신뢰를 얻으려면 우선 평가 과정에서 정부 역할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 영향력에서 독립된 기구가 공신력 있는 자료를 토대로 평가해야 투명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공공기관별 세부 평가 기준과 결과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
[사설] 공기업 평가, 정부 아닌 제3자에게 맡겨라
입력 2015-06-19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