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기쁨과 감동을 선사한다. 나라가 어려울 때나 국민들이 힘들어할 때는 더욱 그랬다. ‘골프여왕’ 박세리, ‘코리안 특급’ 박찬호, ‘피겨여왕’ 김연아 등은 청량제 같은 승전보로 희망과 용기를 주곤 했다. 다음소프트가 최근 7년여 동안 온라인에 등록된 빅데이터 70억건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기쁨 이슈 상위 10건 중 8개가 스포츠였다. 온 나라가 메르스와 가뭄으로 허덕이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시름을 한방에 날린 건 역시 스포츠였다.
그 선봉에는 태극 낭자들이 있었다. 한국 여자축구 선수들은 18일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스페인과의 최종전에서 2대 1로 역전승하며 사상 처음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사흘 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년 만에 단일 메이저 대회 3연승을 일군 박인비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다. 이날 승리는 월드컵 첫 승이기도 해 더욱 짜릿했다. 남자축구가 48년이 걸린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을 12년 만에 해낸 금자탑이다.
사실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은 남자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하다. 지원부터 관심까지, 남자축구를 향한 그것과 여자축구의 그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오죽하면 지난달 출정식에서 대표팀의 측면 공격수 전가을이 “지금껏 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외로웠다”며 눈물을 흘렸겠는가.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묵묵히 땀 흘린 태극 낭자들은 22일 프랑스와 8강 진출을 다툰다. 프랑스는 FIFA 랭킹 3위로 한국(18위)보다 훨씬 높은 순위에 올라 있는 강호다. 객관적인 평가에서는 우리가 절대 열세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조별리그처럼 불굴의 정신력과 촘촘한 조직력을 발휘한다면 8강 진출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짧은 역사에도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여자축구의 저력을 보여주자. 메르스를 날려버릴 또 하나의 낭보를 기대해 본다.
[사설] 여자축구 월드컵 16강… 역병사태 와중의 밝은 소식
입력 2015-06-19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