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자의 그늘’ 저자 엘리자베스 엘리어트 별세

입력 2015-06-19 00:13

1950년대 남미 에콰도르에서 순교한 선교사의 아내이자 선교사, 작가인 엘리자베스 엘리어트(사진)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메사추세스 주 마그놀리아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8세.

엘리어트 여사는 56년 1월 8일 에콰도르 동부 아우카족(族) 선교를 떠났다가 원주민들에게 창과 화살로 무참히 살해된 5명의 선교사 중 한 명인 짐 엘리어트의 부인이다. 그는 남편을 잃은 후 간호사 훈련을 받고 1년 만에 사지(死地)로 들어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당시 5명의 순교자들은 모두 휘튼대 출신의 29세 청년들이었다. 이들은 아우카족 밀림 지역인 팜비치에서 6년간 기도해온 부족들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시신은 자신들이 살던 수상(水上) 가옥 지붕의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들것에 실려 강기슭 공동묘지에 묻혔다.

엘리어트 여사는 남편의 뒤를 이어 선교 사역을 펼치면서 아우카족은 여성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63년까지 부족 마을에 살며 복음을 전했다. 부족민들은 그에게 ‘기카리’라는 이름을 선사했고, 5인 선교사를 살해한 장본인 ‘키모’는 부족 최초의 목사가 됐다. 순교자들의 자녀 2명은 아버지가 죽어갔던 팜비치 강가에서 세례를 받았다. 92년에는 현장에서 신약성경 봉헌예배가 드려지기도 했다.

20여권의 저서를 출간한 엘리어트 여사의 대표작은 3권이다. 남편의 삶과 신앙을 담은 ‘전능자의 그늘’, 5인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영광의 문’, 단 한 번의 휴가 없이 53년간 인도 남부에서 헌신한 아일랜드 선교사의 인생을 담은 ‘에이미 카마이클’ 등은 전세계 크리스천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녀는 ‘영광의 문’에서 남편의 죽음을 확인하고 “자기 연민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것은 생명을 갉아먹는 사탄의 도구다.…주님은 비애와 광분의 우리 마음을 닫으시고 당신의 완전한 평화로 채우셨다”고 기록했다.

26년 벨기에에서 선교사의 딸로 태어난 엘리어트 여사는 휘튼대에서 고전 그리스어를 전공했다. 그리스어를 공부하면서 신약성경을 미전도종족 언어로 번역하고 싶은 비전을 품기도 했다. 짐 엘리어트와는 53년에 결혼했다. 74년부터 고든콘웰신학교 부교수로 재직했으며 88년부터 2001년까지 ‘기쁨으로 향하는 관문(Gateway to Joy)’이라는 기독교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별세하기까지 10년간 치매와 싸워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