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금을 준다 해도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군 생활이다. 현역으로 제대한 ‘진짜 사나이’라면 열에 아홉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PX는 그 고되고 힘든 생활을 잠시나마 잊게 하고, 엔도르핀을 솟아나게 해준 거의 유일한 존재였다. 피가 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리는 훈련을 끝내고 PX에서 하는 군것질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군 생활의 오아시스 PX가 가장 붐비는 대목이 월급날이다. 차마 월급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액수지만 월급날만 되면 PX에서 살다시피 한 추억이 아련하다. 올해 사병 월급은 이병 12만9400원, 일병 14만원, 상병 15만4800원, 병장 17만1400원이다. 1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군 생활을 했던 50, 60대들은 격세지감을 느낄 듯하다.
여전히 월급 수준은 낮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병사들의 주머니 사정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나아졌다. 1970년 이병은 600원, 일병 700원, 상병 800원, 병장 900원을 받았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값이 100원이었으니 이병은 월급으로 여섯 그릇밖에 먹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25∼26그릇(한 그릇 5000원으로 계산)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됐다. 그동안 사병 월급은 꾸준히 올라 병장 기준으로 1971년 1000원 시대를 연 데 이어 91년 1만원, 2011년 10만원 시대에 진입했다.
군은 내년과 그 이듬해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사병 월급 15%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요즘처럼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두 자릿수 인상은 파격에 가깝다. 사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조치로 보인다. 흡연하는 병사들은 한 달 담뱃값도 안 되는 푼돈이라고 투덜대지만 한푼 쓰지 않고 모아서 휴가 때나 외박 때 부모님 용돈으로 드리는 착한 병사도 의외로 많다. 지난해 9월 선보인 ‘국군희망준비적금’에 가입한 병사도 느는 추세라고 한다.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돈은 쓰기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한마당-이흥우] 사병 월급
입력 2015-06-19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