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교도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랬던가요. ‘주일학교 교육은 모든 교육의 모체다’라고요.
성악가 양지(37·서울 소망교회 집사). 뼛속 깊은 크리스천 성악가죠.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알렐루야’ 등 당신을 찬양하는 곡으로 대중을 매료시킨 소프라노입니다. 그녀의 음색은 동굴 속 잔잔한 물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같다고 할까요. 맑아서 시립니다.
이런 그녀가 ‘맑아서 시린’ 음반을 냈어요.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부른 ‘일등 대장’입니다. 타이틀곡 ‘일등 대장’ 외에 ‘일등 거울’ ‘천국까지 주게 되죠’ ‘갈대숲나무 숲 속을’ 등 21곡이 담겼습니다. ‘디르사선교회’(대표 김희종 선교사·어린이사역전문가) 산하 어린이합창단이 맑은 목소리의 주인공들이죠. 이를 시리게 만들어낸 음악감독이 양지입니다. 시리다는 것은 ‘찬 것이 닿아 통증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라 ‘빛이 강하여 바로 보기 어렵다’입니다. 당신은 늘 우리가 바로 볼 수 없는 영광이기 때문이죠.
양지가 이 음반 작업을 이끌게 된 배경은 김희종 선교사의 권면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아이들을 먹어버린 스마트폰 속의 세상을 하나님 소리와 공명으로 지켜야 합니다.”
이에 양지는 말합니다.
“아이들의 찬양은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가장 맑은 방법이라는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알았어요. 어른들에 의해 정서가 뒤틀린 아이들이 다시 건강한 정신과 육신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두 사람은 우리의 몸속에 흐르는 복음의 진동(신 28:13)에 응한 거죠. 광선을 비추어(말 4:2) 치료하는 하나님이시니까요. 한데 지금의 때는 맑고 시린 것을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30여명의 합창단을 한자리에 모으고 연습하고, 녹음하자면 헌신이 요구되기 때문이죠. 위신도 지켜야 하고, 물질도 따라 주어야만 가능하죠. 양지는 합창단 아이들을 위해 ‘내로라하는 성악가’란 타이틀을 버렸습니다. 음반 발매에 따른 물질이야 기도로 채우겠다고 작정했고요. 이 스마트한 시대에 고음질의 녹음시설과 성악가에 대한 예우 없이 음반작업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누가 선뜻 응하겠어요. 그러나 양지는 “내가 받은 은혜”라며 흔쾌히 OK했던 겁니다.
사실 양지는 이탈리아 로마 음악학교 산타세실리아를 수석 입학과 졸업을 한 재원입니다. 산타세실리아는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가 졸업한 학교죠. 양지는 한국인 최초의 수석 입학과 졸업입니다. 유학에 앞서 한양대 성악과 수석 입학과 졸업을 했고요.
그녀는 ‘이탈리아 나폴리 국제성악 콩쿠르’ 1등 등 수많은 수상 경력을 자랑하죠. 2000년대 이후 독창회 및 초청 솔리스트로 명성을 날렸죠. 수많은 오페라와 오라토리오를 섭렵했고요.
“어머니를 따라 개척교회 봉사를 많이 다녔는데 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늘 성가대와 함께했어요. 작은 교회 성가대는 중·고생이었던 나를 대원으로 받아들였어요. 또 DMZ 내 통일촌에 자주 가 반주자로서 아이들과 함께했던 것이 힘이 됐어요.”
음악감독 참여 이유입니다. 누가 권한다고 될 일은 아니었던 셈이지요. 다 하나님의 질서 속에 움직이고 순응한 결과입니다.
양지는 초중고 시절 늘 1등을 놓치지 않으면서 음악 재능도 특별했죠. 법의학자가 되고 싶어 했습니다. 예술적 재능(gift) 앞에 방황하면서 하나님 앞에 엎어지기도 했습니다. 스물아홉이라는 나이에 이탈리아 유학을 할 정도로 세상적 기준과 다른 삶을 살았죠.
“그 나이에 한국로타리클럽 장학생에 선발돼 산타세실리아에 입학했어요. 한데 기숙사가 수녀원이었어요. 수녀들과 함께 하루 일곱 번 기도했죠. 때에 따라 종일 라틴어 예배를 드렸어요. 수녀원은 중세의 권위가 살아 있는 곳이었고요. 늙어 앞 못 보는 수녀일지라도 젊은 신부에 엘리베이터를 양보해야 하는 규율이 살아 있는 공동체였죠. 젊은 신부 보고 ‘너는 젊잖냐. 내려라’라고 했다가 수녀들로부터 혼쭐이 나기도 했고요. 하나님은 늘 이런 특별한 경험을 주셨어요. 어쩌면 저의 노래 재능은 ‘이루어 가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아버지의 마음은 어린이와 같은 순수죠. 아이들만이 맞울림을 할 수 있거든요.”
‘일등 대장’은 바로 이 자리에서 하나님의 ‘일등 거울’이고자 합니다. 찬양음악 바로크곡에 강한 양지 독창회가 오는 10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 영산아트홀에서 있다고 합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시리도록 맑은 아이들 찬양 ‘복음의 진동’느껴보세요… 소프라노 양지, 어린이합창단 음악감독으로 헌신
입력 2015-06-20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