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힐링 여행 프로그램을 위해 몇 쌍의 부부들과 함께 제주도의 기독교 순례길을 찾았습니다. 제주도는 종교적으로 ‘당 오백 절 오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속신앙과 불교의 세가 강한 지역입니다. 때문에 제주도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은 거친 돌밭에 씨를 뿌리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하나님의 구원의 길을 가로막을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은 제주 애월읍 금성리에 사는 조봉호라는 부잣집 청년을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경신학교로 불렀습니다. 그곳에서 복음을 접한 조봉호는 고향으로 돌아온 후 제주도 최초의 자생적 교회인 금성교회를 세웠습니다. 이후 조봉호는 항일독립운동에 헌신해 상하이 임시정부를 위한 군자금을 모금했습니다. 하지만 일제에 발각돼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옥사했습니다. 복음의 역사, 구원의 역사는 거룩한 헌신의 사람들을 통해 성취됩니다. 조봉호의 애국충정은 훗날 제주 충혼의 탑에 깊이 새겨졌고, 그의 신앙심은 제주복음화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우리 선배들의 애국심과 신앙심이 아로새겨진 제주 순례길를 걸으며 당당하고 떳떳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희생하고 낮아지는 삶이 필요합니다.
고일호 목사(서울 영은교회)
[겨자씨] 제주 순례길에서
입력 2015-06-19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