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35)의 메르스 최장 잠복기를 넘겨 확진 판정을 받은 감염자가 17일 추가로 4명 더 나왔다. 놀란 보건 당국은 지난 2∼10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모든 환자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삼성서울병원을 ‘집중관리’ 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평택성모병원발(發) 1차 유행’과 달리 보건 당국의 늑장대응으로 ‘삼성서울병원발 2차 유행’은 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잠복기 넘어도 환자들 우후죽순=‘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가 마지막으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문 건 지난달 29일이다. 최장 잠복기가 14일임을 고려하면 지난 12일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는 발생해선 안 된다.
그러나 당국의 예상을 깨고 환자는 계속 나오고 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17일 발표한 추가 확진자 8명 가운데 5명은 삼성서울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이 가운데 4명은 14번 환자가 머물렀던 응급실을 이용했거나 들렀다. 156번 환자(66)와 157번 환자(60)는 지난달 27일, 155번 환자(42·여)는 지난달 26∼29일 이 병원 응급실을 다녀갔다. 158번 환자(50)도 지난달 27일 가족 진료를 위해 응급실을 찾았다가 감염됐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까지 잠복기 종료일을 훌쩍 넘겨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모두 8명이다. 잠복기가 끝났는데도 계속 환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보건 당국은 확진검사를 하기 전부터 미열 등 증상을 보였거나 증상을 늦게 깨달은 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최종 확진까지 여러 번 검사를 거친 환자도 있어 기존에 설정한 14일의 잠복기간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검사기관마다 어떤 곳은 양성, 다른 곳은 음성을 보이는데 바이러스 양이 작을 때 검사가 이뤄져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현재 잠복기 14일에 대해 문제 제기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환자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 기사인 162번 환자(33)는 지난 11일과 12일 사이 최소 4명의 메르스 확진자 X선 촬영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162번 환자는 “영상 촬영 중인 환자가 기침할 때 정면에서 기침을 맞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는 아직 물음표다.
◇137번 추적관리, 감염 감시 높인다=정부는 14번 환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 환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에 주목하고 있다. 비정규직이었던 이 환자는 병원의 관리 명단에 없었고, 지난 2일 증상이 나타난 이후 10일까지 정상 근무했다. 권 반장은 “137번 환자와 관련된 사안은 눈앞(목전)에 다가온 문제”라며 “이 환자와 관련된 추적 대상자 약 480명 중 160명 이상이 환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근무한 2∼10일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모든 외래·입원환자의 정보를 수집해 메르스 감염 여부를 관리키로 했다. 관련 정보를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진자 조회시스템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에 제공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을 때 발열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망라한 삼성서울병원 직원 9100여명을 대상으로 매일 발열감시에 나서기로 했다.
권 반장은 “삼성서울병원 직원의 발열 증상을 검사해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최대 잠복기 이후에도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닥쳐서야 ‘늑장대응’을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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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8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