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영화관은 2차 소비 ‘발원지’… Win-Win 촉진 윤활유

입력 2015-06-19 02:45
CGV 여의도 IFC몰 시네마 스트리트(위 사진)와 재개장 이후 붐비는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전경. CJ·롯데그룹 제공
다양한 안전성 논란 끝에 임시 개장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은 지난해 12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 휘청거렸다.

롯데월드몰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이 “소음과 진동이 느껴지고 스크린도 흔들린다”고 항의하며 퇴장했던 것이다. 진동에 놀란 관객이 119에 신고하는 소동도 빚어졌다. 가뜩이나 바닥 균열과 수족관 누수 등 각종 안전 문제로 골치를 앓던 롯데월드몰에는 치명타가 될 만한 대형 악재였다. 결국 롯데월드몰의 영화관과 아쿠아리움은 흔들림과 누수 등으로 지난해 12월 16일 임시개장 8개월여 만에 잠정 폐쇄됐다.

◇롯데월드몰 영화관 폐쇄 후 인근 상가 매출 급락=영화관 등이 폐쇄되면서 롯데월드몰 입점 상인들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루 평균 10만명 수준이던 방문객 수는 영화관과 아쿠아리움 영업 중단 조치 이후 5만∼6만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방문객이 절반 가까이 줄면서 입점 업체들도 매출이 30∼50% 감소했고, 경영난에 빠졌다. 롯데월드몰은 입점 업체들에 임대료는 물론 외식 브랜드 매장 운영비 면제 등을 통해 지원에 나섰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롯데월드몰은 각종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6개월이 지난 5월 12일이 돼서야 어렵사리 영화관과 아쿠아리움의 문을 다시 열 수 있었다. 영화관과 아쿠아리움 재개장 이후 롯데월드몰 방문객과 매장 매출은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롯데월드몰의 일평균 방문객 수는 예전 10만명 수준으로 돌아왔다. 영화관·아쿠아리움이 위치한 쇼핑몰 매출 역시 20%가량 증가하는 등 곧바로 재개장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롯데월드몰 재개장 관련 일련의 상황들은 영화관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인근 상권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한 극장업계 관계자는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만 보기 위해 찾는 문화시설이 아니다”며 “영화관을 통해 창출되는 부가적인 소비 측면까지 고려한다면 영화관이 갖는 가치와 역할은 재조명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관은 2차 소비의 시작점=영화관 중 특히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인근에 위치한 영화관의 고객 유인 효과는 상당하다.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이들 중 상당수는 영화 시작 전이나 영화 관람을 마친 뒤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쇼핑, 장보기 등 부가적인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대표적인 멀티플렉스들은 대부분 쇼핑센터와 식당 등이 갖춰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극장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주목해 쇼핑몰 설계 초기부터 극장을 중심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2013년 3월 개장한 충남 천안 펜타포트는 일찍부터 극장의 ‘집객 효과’에 주목하고 멀티플렉스 유치를 기본 전제로 사업 계획을 짰다. 건물이 들어서는 천안시 불당동 주변 지역이 쇼핑, 외식 등 문화적 수요가 빈약한 곳이었기 때문에 극장을 지렛대로 유동인구를 모은 뒤 쇼핑이나 외식 수요를 창출하게 유도한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이다. 이에 펜타포트 측은 국내 극장 1위 체인인 CGV에 요청, 쇼핑몰에 11개 영화관을 넣기로 했다. 건물 설계도 방문객들이 극장 관람(예매) 이후 자연스럽게 쇼핑이나 외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IFC몰도 주말 유동인구 창출 효과가 큰 극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기본적인 공간을 설계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여의도의 특성상 주말에는 상주하는 사람이 적다는 문제를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IFC몰에는 CGV 멀티플렉스가 들어섰고, IFC몰은 주말에도 영화를 관람하고 식사와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CGV는 특히 IFC몰 극장 사이의 중간 통로를 과감히 개방해 ‘시네마 스트리트’ 형태로 꾸몄고, 이곳을 전시와 공연을 위한 다양한 활용도의 공간으로 만들어 관람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산업에 1억원 투자하면 2억원 이상 생산유발=이처럼 영화산업은 다른 산업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영화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세종대 배기형 교수(경제통상학과)는 2012년 발표한 ‘영화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논문에서 영화의 제작 및 배급, 영화 상영 등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09년 기준 영화산업의 생산유발계수는 2.324로 나타났다. 이는 영화산업 최종 수요에 1억원을 투입했을 때 2억3240만원의 직간접적 생산유발 효과가 국민경제에 미친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대형 멀티플렉스의 관람객 수와 평균 티켓 가격(9000원)을 고려해 경제효과 및 고용유발 효과를 계산한 결과 CGV 멀티플렉스 1개가 생길 때 창출되는 경제효과는 188억9900만원, 고용창출 효과는 164명으로 나타났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경우 멀티플렉스 1개가 들어설 때 경제효과는 각각 143억6000만원, 145억5500만원이었다. 여기에 영화관을 통해 모이는 대규모 유동인구, 대형 상권 조성, 인근 지역의 직간접 홍보효과까지 고려하면 영화관이 창출하는 유무형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영화산업 관계자는 “극장업은 주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높은 경제효과와 고용창출 효과 외에도 다른 산업과 연계를 통해 소비 생태계의 선순환을 돕는 윤활유 같은 산업”이라며 “영화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세계적 수준의 멀티플렉스를 확충하기 위해 극장에 대한 규제논리보다는 경제산업화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