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북쪽으로 72㎞ 지역에 미 공군 소속 432항공대가 위치해 있다. 이곳 정문에는 걸핏하면 시민단체들이 몰려와 시위를 벌이는데 그들은 조종사들의 출입을 방해하거나 ‘사냥꾼들의 집’이라고 쓰인 팻말을 흔들곤 한다. 이 부대는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에서 이뤄지는 드론(무인항공기)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조종사들은 원격으로 드론을 조종해 테러리스트들을 공격하거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의 요청을 받아 정찰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 부대를 떠나는 드론 조종사들이 많아져 대테러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미 국방부가 현재 하루 65회 이뤄지는 드론 공격을 오는 10월까지 60회로 감축키로 했다고 전했다.
조종사들이 떠나는 이유는 격무 때문이다. 지난해 갑자기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등장하면서 임무가 폭증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이라크에서만 IS를 상대로 3300회의 드론 비행이 실시됐을 정도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쉴 틈조차 부족할 정도로 일이 많아졌고, 심지어 조종사를 훈련해야 하는 조교들마저 공격에 동원돼 조종사 양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이 벅차다보니 기존 연봉에 더해 연간 1만8000달러(약 2011만원)의 인센티브가 주어졌지만 현재 의무복무 기간을 마칠 예정인 조종사들의 상당수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몸은 갈수록 지쳐 가는데 시민단체들은 살인자들이라며 낙인을 찍고, 낮에는 사람을 죽이고 밤에는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거나 가족과 희희낙락하는 ‘이중적 행태’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 앞 다퉈 군복을 벗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美 공군, 드론 조종사 구인난… 살인자 낙인에 격무 때문
입력 2015-06-18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