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병원 밖 대규모 확산’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 견해와 전망
입력 2015-06-18 02:42
오는 20일이면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된다. 초기만 해도 사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금은 누구도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 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산발적 감염 양상이 앞으로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주∼수개월 더 지속”=전문가들이 보는 사태 종료 기준은 ‘최소 2주간 환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메르스 최대 잠복기인 14일간 감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엄밀하게는 2주가 지나고도 일정 기간 지켜봐야 사태 종료를 선언할 수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7일 “지금은 사태 종료를 생각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며 “적어도 몇 주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확진 환자와의 접촉자가 모두 확인되지 않고 있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최 교수는 “어느 순간 역학 고리를 전혀 알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면서 “그런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면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연결고리를 끊는 일이 쉽지 않다”며 사태가 최대 3개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감염자에 의한 밀접 접촉 행위가 우연찮게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의료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최 교수는 “아주 가능성이 낮더라도 모든 지역의 환자에 대해 메르스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사우디처럼 ‘토착화’ 가능성은 낮아=다만 전문가들은 사우디처럼 수년간 감염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는 낙타(혹은 다른 동물)와 같은 ‘자연 숙주’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자연 숙주가 존재하면 언제든 숙주에서 사람으로 감염될 수 있지만 우리는 중동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회복된 사람에게서는 더 이상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으므로 유행이 종식되면 그것으로 끝날 뿐 유행이 이어지는 ‘토착화’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규모 확산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최 교수는 “2009년 신종플루는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환자 76만명을 발생시켰지만 메르스는 3년 동안 전 세계 환자가 2000명이 안 된다”고 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묘하게도 병이 병원에서는 극성을 피우는데 밖에 나오면 얌전한 것 같다”고 했다.
사태가 길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보건 당국의 철저한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 오 교수는 “유행은 저절로 수그러드는 게 아니다. 얼마나 오래갈지는 (당국이) 연결고리를 어떻게 잘 끊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6월 말 진정 목표=보건 당국은 6월 말에는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삼성서울병원에서 또 다른 유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점에 유의해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병원 응급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55)를 매개로 한 대규모 추가 감염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그로 인한 집단 감염을 막으면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산발적인 감염 정도만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권 국장은 “신규 환자가 줄고 있는 경향은 틀림없다”며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또 다른 집단 발생을 막겠다”고 말했다. 전 교수도 “137번 환자 접촉자 중에서 더 이상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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