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가격제한폭 ±30% 확대 이후 우선주만 신바람… 시장가격 왜곡 우려

입력 2015-06-18 02:21

증시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우선주가 폭등하고 있다.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 움직임 등 증시 분위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을 중심으로 투기적 수요가 몰려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당초 가격제한폭 확대로 증시의 투명성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과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대부분은 우선주였다. 태양금속 우선주는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후 3일 연속 상한가(12일 포함 4일 연속)를 기록했다. 11일 971원이던 주가는 이날 2435원까지 올랐다. 거래량도 550만주에 육박했다. SK네트웍스 우선주도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상한가 종목 3개 중 한국테크놀로지 우선주가 포함됐다.

우선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배당에서 우선권을 가진다. 유통되는 주식 수나 거래량이 보통주에 비해 적기 때문에 단기간에 주가 변동 폭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거래량이 적은 상장지수펀드(ETF) 일부 종목에서도 발견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상한가를 기록했던 TIGER나스닥바이오는 이날 22.77% 하락하는 등 ‘널뛰기’ 움직임을 보였다.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유통물량이 적은 종목 위주로 상승 폭이 커지는 것은 대내외 불안요인이 커지는 증시 상황에서 배당 혜택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18일 발표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와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등의 대외 이벤트를 비롯해 가격제한폭 확대로 투자자들의 전체적인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에서 우선주가 유력한 선택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우선주 강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당초 거래소나 당국은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시장의 가격발견기능이 강화되고 상·하한가로 쏠리는 ‘자석효과’가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이런 기대가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전체적인 시장 분위기는 관망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선주를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며 “당분간 고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고점 도달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충격이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가가 상승할 때보다 하락할 때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에 위험도가 커진다는 것이다. 실적보다는 물량이 적은 ‘품절주’ 테마로 상승하는 종목들이 많아질 경우 시장가격이 왜곡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현상들이 지속되면 시장 전체의 스트레스도 가중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 한범호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확대가 수급 측면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며 “투자자들의 매수 의지가 위축되거나 관망세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고, 불안심리가 확대될 경우 이미 시세를 낸 종목들은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