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의 핵심은 원·하청 상생협력 방안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장년 세대 간 상생고용 방안으로 정리된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노동계 반발이 작은 이슈이고 후자는 현재 각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단체협약 협상 테이블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이다. 1단계 개혁 과제에 여론의 공감대를 얻기 위한 ‘상생 이슈’와 당장 ‘급히 꺼야 하는 불’을 담은 셈이지만, 반발은 벌써부터 거세다. 임금피크제 확산 등과 관련해 공무원 임금체계부터 손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해 근본적인 비정규직 대책이나 임금체계 개편 등의 과제는 8∼9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만 담겨 있다. 관련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문턱도 넘어야 한다. 앞으로 갈 길이 첩첩산중인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노동개혁은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면서 “비정규직 규제합리화, 능력중심 인력운영 원칙 정립, 사회안전망 효율화 등 나머지 과제는 8∼9월 2단계 노동시장개혁 추진 계획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이날 발표한 1단계 추진 방안인 임금피크제 도입, 하청기업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원청기업의 협력 유도 등은 법개정이 크게 필요하지 않고 정부 지침과 계획 정도로 추진이 가능한 사항들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외에 민간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확산시키는 부분은 결국 임단협 과정에서 노사가 합의점을 찾아야 가능한 부분이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한 취업 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추진에 대해서 한 발 물러선 것도 노동계가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에서 정부 지침을 강행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 공무원의 임금체계는 정부 스스로도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과 임금체계 개편이 맞물리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단계 추진 방안에 포함될 비정규직 관련 대책과 능력중심 인력운영 시스템 등은 반드시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인 만큼 ‘대타협’ 없이 추진하기는 더욱 어렵다. 비정규직 대책의 경우 지난해 말 기간제 사용 기간을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알려지면서 강한 비판을 받았고, 능력중심 인력운용 시스템 역시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더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의 개혁 추진보다는 한국 노동계와의 고질적인 갈등구조 등을 해소하기 위한 신뢰 쌓기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집행하는 모습으로 불신과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노동계 반발 극심, 정부 ‘상생 개혁’ 산 넘어 산… 1차 노동시장 개혁 잘 될까
입력 2015-06-18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