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국적항공사들의 국내공항 여객수송량이 2주 동안 2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3분기 항공업계가 받을 타격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과 KT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6월 둘째 주말(13∼1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대형 항공사의 국내공항 여객수송량은 35만472명이었다. 2주 전 5월 마지막 주말(30∼31일)의 42만8572명과 비교하면 18.2% 감소한 수치다. 다만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과 장거리 고객 매출이 있어 실제 매출액 감소폭은 10%대 초반으로 추산된다. 근거리 여객이 중심인 저비용 항공사(LC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같은 기간 LCC는 수송객이 27만4282명에서 21만7566명으로 20.7% 줄었다. 항공업계는 방역 강도를 높이고 기내 공기가 멸균된다는 점을 알리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17일 “기내 공기 순환시스템은 모든 이물질을 완벽하게 여과하고 멸균시킨다”며 “전염 물질이 기내 공기를 통해서는 확산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내가 밀폐된 공간이어서 바이러스 전파가 더 잘될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실제 현재까지 항공기 내부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 여행객이 한국 방문을 꺼리고, 국내 여행객조차 출국을 자제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각 항공사들은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통상 6월부터 활발하게 진행했던 특가 프로모션 등 이벤트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못해 울상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으로 여행오라는 홍보는커녕 ‘떠나자’며 해외여행을 권하기도 조심스럽다”며 “사태가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메르스에 뚫리지 않은 제주지역이 항공업계의 마지막 보루다. 지난 1월 여객수송량이 189만5189명이었던 제주공항은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지난달 여객이 250만5615명까지 폭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제주∼중국 노선을 중심으로 중국 항공사들은 물론 국적사들의 운항 감축이 잇따르면서 이마저도 위태로운 분위기다. 5월 마지막 주말 16만2658명이던 제주공항 수송객은 2주 만에 12만1378명으로 줄어들며 25.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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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8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