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죽음의 먼지가 내려와요]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숨 쉬고 싶어요”

입력 2015-06-19 02:50

하늘은 파랗다. 그건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이 그림책의 주인공 소녀는 하늘이 파랗다는 걸 TV를 통해서야 알았다. 아기 때부터 그가 사는 곳은 중국 동쪽지방의 장쑤성이다. 자동차 매연과 공장 굴뚝, 석탄 난로 때문에 생겨나는 미세먼지로 뒤덮여 이곳은 늘 하늘이 뿌옇고 흐리다. 이런 곳에 살지만 주인공과 친구 메이링의 표정은 여느 나라 아이들처럼 천진하다. 어느 날 운동장에서 쓰러진 메이링은 병원에 실려 가고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중국에서 가장 어린 폐암 환자가 된 메이링의 이야기는 TV뉴스에까지 등장했다. “왜 메이링이 아파야 해요? 그냥 숨을 쉬었을 뿐인데.”

메이링이 공기가 깨끗한 곳에서 살았다면 아프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선물로 주려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과 메이링이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리는 8세 여아의 간절한 마음이 아프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림을 주기도 전에 메이링은 세상을 떠난다. 비극은 메이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주인공 소녀 역시 미세먼지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또 다른 병을 얻게 된다.

맑은 하늘은 그냥 주어지는 것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두가 깨끗한 공기를 지키려고 노력할 때 누릴 수 있는 자연의 혜택이다. 미세먼지 위험성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과 경기지역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이 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삶도 서서히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짙은 회색 톤으로 그려지는 장쑤성의 두 소녀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