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근·현대시 46편서 잃어버린 시심을 찾다

입력 2015-06-19 02:49

학창시절 좋아하는 시 한 구절 정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입시용 시 외우기에 고개를 내젓고, 바쁘게 살아오면서 시심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양대 교수인 저자는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화 혼융의 시 읽기’ 강의를 진행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한국 근·현대시 46편을 들려주며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 주고자 했다.

때로는 지나간 유행가를 흥얼거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추억이 된 영화를 보고, 때로는 어떤 말보다 가슴을 후비는 욕 한 마디를 시 구절에 덧붙이면서 우리 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현대시들을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시를 사랑하는 법보다 한 가지 답을 말하는 법을 먼저 배워온 학생들에게 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돌려주고 싶었다. 그 강의록을 책으로 엮었다.

신경림의 ‘갈대’에서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는지 질문하고,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서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는지 살펴본다. 김춘수의 ‘꽃’에서는 떠나가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박노해의 ‘다시’에서는 그래도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한번쯤 그렁그렁 가슴에 고인 그리움이 왈칵 쏟아지는 순간, 기쁜 우리 젊은 날 좌절한 그대여 지금은 바로 진짜 시를 만날 시간이라고 역설한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