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첫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거의 한 달이 됐다. 정부가 ‘고비’ ‘분수령’ 등의 표현을 쓰며 몇 차례 낙관적 전망을 했던 것과 달리 메르스는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확진 환자가 160명을 넘었고 격리자가 모두 6500명을 초과하는 등 확산 중이다. 방역 당국의 주장과 어긋나는 양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최장 14일로 알려진 잠복기간을 넘긴 감염자들이 생기는가 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던 4차 감염자도 늘었다. 건강한 사람은 완치될 수 있다는 정설과 달리 다른 지병이 없던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도 나왔다. 이제는 지역 전파가 현실화될 것인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차제에 메르스 방역체계를 재정비하고 장기화에 대비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당국도 사태 조기 수습은 힘들다고 보는 분위기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17일 브리핑에서 “6월 말까지 사태를 잦아들게 하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2009년 신종플루 때처럼 메르스가 오래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전문가들은 중동에서처럼 메르스가 장기화되지는 않겠지만 병원과 병원간 감염경로 등을 철저히 차단하지 못하면 국내에서도 의외로 오래 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메르스 속성을 다시 한번 정밀 분석하는 한편 현재 여러 곳으로 나눠진 방역체계의 효율성 제고 방안 등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
방역 당국의 초동 대응 실패에다 메르스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혼란과 걱정은 깊어졌다. 여기에 불신까지 더해져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서울 양천구 한 중학교에서는 메르스를 없애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자녀를 ‘왕따’시키는 몰상식한 행위가 벌어졌다. 단지 그들의 부모가 근무하는 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학생 10여명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학교 측이 특정 병원 의료진의 자녀들을 일제히 귀가 조치했다. 오죽하면 ‘메르스 연좌제’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겠는가.
학교 측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메르스 의심 환자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학생들을 무조건 돌려보낸 것은 전혀 교육적이지도 않고 의학적 근거도 없는 행동이었다. 특히 상처받을 학생들 마음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어떤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메르스는 정부, 의료진, 국민 모두 각자의 역할에 진력할 때 비로소 박멸된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과도한 불신, 극단의 이기심은 건강한 공동체를 위협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라는 점을 유념해야겠다.
[사설] 메르스 장기화 염두에 두고 대응책 재점검해야
입력 2015-06-18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