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금융권의 영업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고객들과 대면서비스 비중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비대면 거래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메르스 확산에 대비해 비상근무 계획을 가동하기도 한다.
은행권에서는 단말기를 들고 다니면서 고객을 만나는 ‘포터블 브랜치’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포터블 브랜치 가동률이 5∼10%에 불과하다. 대면거래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영업에도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신규 거래를 위한 미팅도 대부분 취소돼 영업에 애를 먹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신한·국민·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4679만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메르스 여파로 외출 횟수가 줄어들어 보험사들은 반사이익을 얻기도 한다. 11개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4월 90.5%에서 지난달 79.1%로 하락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교통량과 관련이 있는데 교통량이 줄면서 손해율도 덩달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일단 병원에 드러눕기 일쑤였던 ‘나이롱환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온상으로 밝혀지면서 입원을 꺼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는 메르스 확산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했다. 근무조를 2개로 나눠 A조에서 메르스가 집단 발병할 경우 이들을 격리 조치한 뒤 B조를 근무에 투입하는 식이다. 거래소는 또 메르스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중동 13개국에 출장을 다녀온 이들은 귀국한 날부터 잠복기가 끝나는 2주간 집에서 근무하라는 지침도 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최근 두바이로 출장을 다녀온 파생상품본부 임원과 팀장 등 총 6명은 다음주 초까지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 메르스 확산을 감안해 다음달 6일까지 전국 12개 도시를 돌며 진행할 예정이던 파생상품시장 신상품 투자설명회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비즈카페] 은행가 對面거래 뚝… 모바일뱅킹 쑥
입력 2015-06-18 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