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지하수 고갈된다… 대수층 35% 위험 수준

입력 2015-06-18 02:35

전 세계 주요 지하수가 고갈되고 있다. 지하수 고갈은 모든 대륙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북아프리카 지역의 지하수가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최근 10년간 위성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구상의 37개 대수층(지하수를 품은 지층) 중 21개 대수층이 ‘지속가능한 수위’ 아래로 고갈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3개 대수층은 ‘위험한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나사는 분석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의 물과학자 제이 파미글리에티 박사는 “전 세계적으로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있다”며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지하수 고갈이 뚜렷한 지역을 보면 아시아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해안 도시가 포함돼 있다. 한반도는 지하수 고갈지역에서 빠져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멕시코만 연안이 지하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지역이다. 유럽은 프랑스와 러시아, 발트해 연안이 지하수 고갈지역이다. 아프리카에서는 이집트, 리비아, 나이지리아, 니제르 등의 지하수가 말라가고 있다. 호주도 북서부의 케닝 분지가 지하수 고갈지역으로 나타났다.

지하수 고갈지역은 인구가 밀집해 있거나 광산이나 유전개발, 농업 등이 발달한 지역이다. 특히 인도 북서부와 파키스탄, 북아프리카는 지하수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도 이를 대체할 수자원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대수층은 ‘아라비안 대수층’이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전 지역은 대수층이 가장 위험한 수준으로 위축되고 있다.

인류가 쓰는 물의 35%는 지하수다. 갈수기나 가뭄이 심할 때는 지하수 의존도가 올라간다. 4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지하수 의존도는 60%까지 치솟았다. 지하수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고갈 속도도 빨라진다.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가 빠져나간 대수층을 다시 채우려면 수천년이 걸린다. 대수층에 남아있는 지하수의 양은 이번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나사는 지하수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지구 중력의 미세한 차이를 지구 궤도를 도는 ‘그레이스’를 통해 분석했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관측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연구결과는 ‘수자원연구(Water Resources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