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효자’ 노릇을 했던 수출이 올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제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대한민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수출전망과 함께 경제활성화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트레이드타워 50층 한국무역협회 회장실에서 김인호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기업이 맘껏, 활기차게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해야 할 일만 찾아서 해도 할 일이 너무너무 많다”며 경제는 철저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단언했다.
-수출위기 상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수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며, 정부 쪽에 제시하고 싶은 정책 대안은 무엇인가.
“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소비와 투자도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메르스까지 겹쳐 진퇴양난이다. 특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 급감은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일단 최근 수출 부진은 일본의 환율정책과 중국의 경기 부진, 국제유가 하락 등에 기인한다. 정부는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다양한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글로벌 기업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기업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새로운 해외시장을 확보함과 동시에 시장개방을 촉진하여 비효율적이고 경쟁력이 열악한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서비스·한류 지원을 위해 ‘서비스정책지원팀’을 신설했다고 들었다. 새로운 팀까지 신설하게 된 이유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이 성숙단계에 진입하면서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서비스·문화콘텐츠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 분야는 그 자체의 수출뿐만 아니라 국가브랜드 및 제품선호도를 제고함으로써 타 산업의 수출 증대로 이어지는 승수효과를 유발한다. 한국 무역의 새로운 성장 발판으로서 서비스 및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돼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평소 시장경제와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데, 요즘 시점에서 왜 중요한지 설명해 달라.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선 시장경제 시스템 확립과 기업가정신 함양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 활성화를 통한 성장을 기조로 경제운영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시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시장이 할 수 없는 역할, 또는 시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는 것이 문제다. 기업은 경쟁적 구조에 체질화돼야 한다. 가장 핵심은 유연한 경제다. 가장 자유스러운 상황에서 창의가 나온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게 시장경제다. 정부는 바탕만 만들어주면 되고 개별성과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시장에서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철저히 시장에 맡겨야 한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이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고용을 늘리는 것밖에 대안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법인세 문제도 세금을 많이 거두는 것은 좋은데, 법인 자체에 부과하면 안 된다. 법인을 개인 고소득자와 동등하게 보고 세금을 거두겠다고 하는데 그건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다. 세금 원천을 스스로 죽이는 일이다. 그러면 사업하기 좋지 않은 나라가 된다. 세계적 추세가 법인세를 낮추거나 거두지 말자는 것이다.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법인세가 높은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
-최근 한·중 FTA에 대한 정식서명이 이뤄졌다.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관세 인하 및 비관세 장벽 완화로 우리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한 만큼 이를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 내 신규 사업 기회 확대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투자 확대를 통해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 소비재시장과 서비스시장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세 둔화, 외투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등으로 중국시장의 매력이 과거와 같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대체할 시장은 어디라고 생각하나.
“중국의 대체시장으로서 인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도는 1991년 대외개방과 개혁정책을 통해 연평균 5∼6%의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를 21세기 고도성장을 달성할 유력한 후보군으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를 다녀왔는데, 인구가 2억5000만명이다. 국토는 우리 남북한의 10배다. 거기 개발수요도 어마어마하다.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동과 중남미도 우리에게는 유망한 시장이다. 그러나 어떤 시장도 다 가능성과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시장에 다 진출할 수 있는 의욕과 준비라고 생각한다.”
-한국 경제 전체가 현재 저성장과 장기불황에 빠졌다. 불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처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근의 저성장 기조는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기업투자 부진, 가계소비 부진과 더불어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2030∼2060년 잠재성장률은 1% 중반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경제의 근간인 전자,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약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의 위협과 일본의 엔저 공세가 가속화되는 샌드위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혁신가(Innovator)형’ 생존전략이 요구된다. 보이지 않는 새로운 미래사업에 대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기존 환경의 틀을 깨고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창조적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4대 구조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이 우리 경제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인 만큼 핵심 분야의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오종석 산업부장
[데스크 직격 인터뷰-김인호 무역협회장] 기업은 기업가 정신 무장… 정부는 친기업 환경 조성을
입력 2015-06-19 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