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부터 오순절 운동까지… 복음주의 역사 한눈에 본다

입력 2015-06-19 00:13
이재근 목사는 “한국 교회의 위기론은 단편적인 시각이다”면서 “대개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전환점을 맞게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복 있는 사람 제공
한국 기독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이지만, 정작 정확한 의미를 잡아내기 어려운 말이 바로 복음주의다. 기독교의 복음(福音)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뜻한다. 곧 기쁜 소식을 중심에 두는 신앙 유형을 말한다.

복음주의는 말 그대로다. 복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복음적이고 성경적 신앙을 지칭한다. 16세기 복음주의자 루터파 신도들은 이 복음을 따르기 위해 로마가톨릭에 저항했다.

20세기 세계기독교의 패러다임에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했고, 가장 주목해야 할 신앙운동을 꼽는다면 단연 복음주의다. 그러나 복음주의 역사의 윤곽과 흐름을 한눈에 그려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장로교 계열의 개혁주의, 감리교, 성결교, 순복음 계열의 아르미니우스주의, 침례교와 성공회의 신학, 그리고 오순절 운동의 현상에 이르기까지 섬세하면서도 명쾌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18세기 이래 복음주의자는 교권주의와 세속주의에 반대했다. 이들은 복음이 주는 생명력과 갱신에 이끌린 사람들, 곧 신앙과 경건, 기독교적 지성의 부흥을 열망했다. 20세기 복음주의자는 근본주의의 반지성, 반문화적 성격에 저항했다. 나아가 자유주의의 반성경적 태도에 저항하여 성경에 근거한 신앙을 붙들었다. 동시에 이들은 근본주의를 탈피해서 지성과 문화 영역에서도 그리스도의 주권을 지켜 내려는 신앙인의 자세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세계화된 복음주의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영·미권 기원의 복음주의가 태동한 시기는 18세기로 1차 대각성운동이 일어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19, 20세기를 거쳐 다양한 부흥사, 사회개혁가, 신학자, 설교자 등이 이끈 신앙의 탄력과 기세를 이어받은 복음주의는 하나의 운동으로서 근대 기독교를 장악했다.

복음주의는 결코 한 특정 교파나 신학 체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성공회, 오순절 등 다양한 교파 안에 복음주의자가 있다. 특히 오늘날에는 다양하게 분화한 복음주의를 세심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 책은 세계기독교 관점에서 영미 기원 복음주의 신앙의 세계화 과정을 분석하면서, 이 신앙이 한국의 맥락에서 어떻게 전파, 확산, 정착, 적응했는지를 한국 역사가의 눈으로 지도를 그리면서 설명하듯이 자세하고 쉽게 보여준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복잡한 실타래를 풀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한국 교회가 세계 복음주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흘러왔고, 현재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알려 준다. 목회자, 신학생 및 선교단체 간사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현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회사와 선교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산울교회 협동목사로 섬기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