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김수현과 PPL

입력 2015-06-18 00:10

요즘 TV나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PPL(Product PLacement)이다. 상품을 소품으로 노출시키는 간접광고다. 직역하면 제품 배치다. 대표적인 PPL 성공 사례는 1982년 개봉된 SF영화 ‘ET’다. 주인공이 ET를 유인하기 위해 쓰였던 ‘허쉬’ 초콜릿을 들 수 있다. 영화가 히트를 치자 이 초콜릿 판매량도 급격히 늘었다. 이후 기업들은 PPL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국내 기업들은 영화 ‘쉬리’(1998년) 이후 PPL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PPL이 국내 TV에 허용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프로그램과 광고를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09년까지 금지되다 이듬해 오락과 교양 프로그램에 한해 허용됐다. 화면 크기의 4분의 1을 초과하지 말아야 하며, 전체 PPL 시간은 해당 프로그램의 100분의 5 이내여야 한다. 출연자가 상품 구매와 이용을 권유하는 것은 물론 언급해서도 안 된다.

최근 TV 속 PPL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최고의 한류스타 김수현이 출연한 KBS 2TV 인기 드라마 ‘프로듀사’는 아예 PPL로 도배할 정도다. 역대 최고의 ‘노골적 PPL’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제작비 48억원 중 20억원을 PPL로 충당했다고 한다. 작가마저 PPL을 대본에 녹여내는 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김수현 효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급기야 PPL 때문에 사달이 났다. 극중 백승찬(김수현)이 신디(아이유)에게 선물한 책 ‘데미안’이 문제가 됐다. 도서출판 ‘크놀프’의 번역서인 이 책은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일거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기존 판본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며 일부 출판사들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에 고소장까지 제출할 태세다.

무분별한 간접광고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광고인지 드라마인지 헷갈릴 정도라면 곤란하다.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PPL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았던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