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대상에서 빠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돌아다닌 사실이 뒤늦게 속속 밝혀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0번 환자는 비행기로 홍콩에 입국해 문제가 됐고 ‘슈퍼 전파자’인 14번 환자도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할 때 시외버스를 이용했다. 57번 환자는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녔고, 137번 환자도 지하철로 출퇴근했다. 119번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 KTX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이송 요원인 137번 환자는 발열과 근육통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거의 매일 지하철로 서울대입구역에서 일원역까지 출퇴근했다.
이 환자는 첫 역학조사에서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했다고 진술했다가 카드사용 조회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자 그제야 지하철 이용 사실을 시인했다.
아직 국내에서 대중교통을 매개로 메르스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게 없지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중교통이 메르스 전파 경로가 된다면 지역사회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16일 브리핑에서 “최근 발생했던 경험을 정리해보면 현재까지는 대중교통에서 메르스가 감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그러면서도 이날 137번 환자가 감염된 이후 10여일 동안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내역을 공개했다.
김 기획관은 “메르스 확진자가 이용한 대중교통을 밝히는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이 세 차례 회의를 했을 정도로 상당한 고심을 했다”며 “공개했을 때의 득이 뭐냐. 예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고 했을 때 ‘별로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대중교통은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공개하더라도 접촉자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데다 예방효과도 크지 않고 공포감만 키울 뿐이어서 실제 감염 사례가 발생했을 때 공개해도 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중에서 버스는 역학조사를 통해 격리 대상자를 찾아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CCTV를 통해 환자와 주변 사람을 확인할 수 있고 교통카드를 태그했다면 신분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하철은 CCTV를 판독하더라도 개인 식별이 쉽지 않아 접촉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출퇴근 시간처럼 많은 사람이 이동할 때는 접촉자를 확인하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가 137번 환자의 지하철 이동경로를 파악하고도 일원역, 교대역, 서울대입구역 등 이 환자가 거쳐 간 역에 대해 시설 소독만 실시하는 데 그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시 관계자는 “다른 확진자들의 이동 경로를 봤을 때 버스나 지하철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었다”며 “137번 환자가 이용한 지하철과 거쳐 간 역사를 철저하게 소독했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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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7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