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기독교 관련 서술이 부실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 기독교가 근대화와 민주화, 독립운동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역사 교육과정 개정 청사진을 담은 1차 시안을 발표하고 오는 9월 최종 개정안을 확정·고시하는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한국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역사 서술 공정해야”=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개신교연합회관에서 열린 ‘2015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시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교육부 시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공청회는 한국교회연합 등이 참여하는 ‘한국교회 역사교과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박 교수는 “현 시안은 전근대시기 종교의 역할은 많이 언급하면서도 근현대시기 종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개신교가 유입된) 근대사회 종교의 변화도 제대로 설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중학교 역사 과목 1차 시안만 해도 한국 개신교의 역사를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 가령 개화 관련 대목에는 ‘개화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이해하고,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에서 지향했던 새로운 사회를 구체적인 개혁안을 통해 비교한다’고 돼 있다.
박 교수는 “이 부분에는 반드시 ‘개신교의 수용’이라는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면서 “개항 이후 한국사회에 들어와 서구문명을 전파한 개신교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여타 종교에 비해) 개신교의 역할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종교편향”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도 도마에 올랐다. 박 교수는 출판사 미래엔(구 대한교과서)에서 펴낸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예로 들었다. 천주교와 비교했을 때 개신교 관련 내용이 부실하고 분량 역시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다른 종교와 비슷한 분량으로 서술해 달라는 것”이라며 “편향 없는 공정한 역사 서술을 촉구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교회, 교과서 문제에 관심 가져야”=한국교회는 그동안 역사 교과서에 한국 개신교의 역사가 어떻게 기술돼 있는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불교계만 하더라도 일제강점기 불교의 부정적 이력을 교과서에서 삭제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대종교 등 여타 종교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교회가 역사 교과서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2008년부터다. 당시 교계는 한국 개신교의 시작을 제국주의의 침략과 비슷한 맥락으로 소개한 교과서를 내놓은 금성출판사에 강력 항의했다. 출판사는 이듬해 관련 내용을 수정·보완한 개정판을 내놓았다.
이은선 안양대 교수는 고등학교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과목 시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동아시아사의 경우 유교와 불교 등 과거의 종교문화 이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동아시아의 근대화에 기여한 개신교에 대한 교육 역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개신교는 한국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한국사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면 개신교의 역사적 역할에 대해선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좌편향이자 반미·반개신교 성향인 민중사관 때문”이라며 “민중사관에서 벗어난 사학자들이 교과서를 집필하도록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
“현행 교과서로 역사 배우면 개신교의 역할 전혀 몰라”… ‘2015 역사교과서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
입력 2015-06-17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