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바다 풍경은 꿈이었다,경북 울진 해양스포츠센터 스쿠버 다이빙

입력 2015-06-18 02:27
경북 울진해양스포츠센터 다이빙 전용 실내 풀장에서 스쿠버 다이빙 체험을 위한 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초 이론을 익히고 훈련을 받으면 초보자도 수중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오산항에서 17㎞ 떨어진 울진의 앞바다에서 볼 수 있는 수중생물들.
지난달 17일 방송된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해군 특수부대 SSU 해난구조대에 입교해 이퀄라이징(압력평형) 검사를 받던 탤런트 한상진이 갑자기 고통을 호소했다. 이 검사는 실제 바다 속에 잠수하는 것과 같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한상진의 귀가 압력을 견디지 못한 것. 곧바로 훈련은 중단됐고 한상진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였다.

잠수에서 압력평형은 매우 중요하다.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했다. 경북 울진의 해양스포츠센터를 찾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스킨·스쿠버 다이빙 전문교육시설이다.

2011년 문을 연 울진해양스포츠센터는 수심 5m의 아시아 최대 규모 다이빙 전용 풀장과 잠수병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챔버 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가로 35m, 세로 18m의 수조에는 24∼27도로 유지되는 2500t의 물이 담겨져 있다. 이 물은 상시 순환되고 로봇 청소기가 가동되고 있어 최상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수조 안에는 동시에 60명이 들어가 잠수할 수 있으며 1층 로비 양쪽에 관망창이 설치돼 있어 물속에서 다이버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구경해도 된다.

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초보자도 기초 이론 등을 배운 뒤 잠수풀에서 체험다이빙을 할 수 있다. 바다에서 하는 개방수역 체험 다이빙은 강사 인솔 아래 5∼10m 수심의 바다 수중세계를 탐험한다. 숫자는 책임강사 1명에 체험 다이빙 교육생 4명으로 제한한다. 수중 시야가 5m 이상 확보되지 않거나 파도가 높으면 책임강사 판단에 따라 개방수역 체험다이빙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 3대 잠수풀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큰 규모의 잠수풀을 보니 몸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잠수복(슈트)을 입고 묵직한 압축공기통, 웨이트(weight) 벨트 등 장비를 갖추니 다이빙을 한다는 게 실감났다. ‘이 무거운 짐을 지고 물속으로 들어가서 영영 못 올라오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머릿속에 맴돌았다. 핀(오리발) 때문에 스텝이 꼬이고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일단 물속에 몸을 담그니 공기통과 슈트 등의 부력 때문에 몸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 1∼2m쯤 내려가니 수압 때문에 귀가 먹먹해졌다. 곧바로 압력평형을 시도했다. 손으로 코를 꽉 막은 채 코를 풀듯 힘을 줘 귓속을 누르는 압력을 밀어내는 것이다. 다행히 압력평형이 이뤄졌다. 귀에 압력이 느껴질 때마다 이퀄라이징을 해주면 편안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호흡기를 물었는데도 숨을 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수심 5m가 엄청 깊게 느껴졌다. 두려움도 엄습하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숨쉬기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10여 분이 지나자 호흡이 안정됐다.

잠수풀에서 이퀄라이징과 호흡 등 기본을 익힌 뒤 바다 체험에 나섰다. 센터 인근 오산항에서 동동남 방향 17㎞ 지점에 보트를 세우고 가장자리에 앉은 채 공중제비를 넘듯 입수를 했다. 전문 강사의 도움을 받으며 조금씩 수심을 낮췄다. 마음속에서는 저절로 ‘언더 더 씨(Under the Sea)’가 흘러나왔다. 약 5m쯤 내려가니 해초가 일렁이는 바닥이 보였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수심이 깊어야 하지만 바다 속 바위가 솟아있는 지점이라서 깊지 않았다.

하지만 얼음장처럼 추운 바다는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시계가 불량했기 때문이다. 실제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봤던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볼 수 있는 날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바닷속은 바깥 세계보다 한 계절이 늦다. 밖이 초여름이면 바다는 늦겨울이다. 더욱이 삭기 시작한 해초 때문에 물이 탁할 수밖에 없단다. 최악의 시기에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해 환상적인 바닷속 풍광을 보지는 못했지만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봤다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했다.울진=글·사진 남호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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