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당한 ‘러브 방글라데시선교회’ 대표 박천록 선교사 “100년 후 복음화율 30%로 성장할 것”

입력 2015-06-17 00:20
‘러브 방글라데시 선교회’ 대표 박천록 선교사(왼쪽)가 15일 아내 이정숙 선교사의 손을 잡고 방글라데시 복음화를 위해 더 열심히 뛰자고 격려하고 있다.

‘러브 방글라데시 선교회’ 대표 박천록(56) 선교사는 방글라데시에 교회 10개, 미션스쿨 10개를 세웠지만 8년째 방글라데시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15일 만난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추방된 지 8년이 지났지만 마음은 항상 그곳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무슬림을 강제 개종시키고 지역을 어지럽게 했다는 이유로 한 차례 추방된 데 이어 2007년 또 다시 추방된 상태다. 하지만 그의 사역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마치 어제 방글라데시에 다녀온 것처럼 사역 이야기를 들려줬다.

“20년 전 굶어 죽어가는 결식아동들을 살리기 위해 세웠던 작은 미션스쿨이 지금은 10개로 늘었습니다. 3000여 명의 아이들이 그곳에서 꿈과 비전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내 이정숙 선교사가 남편을 대신해 한국과 방글라데시를 오가며 살핀 결과다. 하지만 이런 열매를 맺기까지의 사역은 순탄치 않았다. 그는 “선교 초기엔 3년이 넘도록 한 명도 전도가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박 선교사는 1995년 처음 방글라데시에 들어갔다가 일시 귀국, 99년 다시 들어갔다. 3년 동안 열매가 없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전도집회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사역자 30명을 초청했다. 학교축제처럼 꾸민 전도집회였다. 2박3일로 예정된 집회 첫 날, 공연으로 주민 1500명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 박 선교사가 설교를 위해 단상에 섰다.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저 사람은 우리를 기독교로 강제 개종시키려고 온 사람이다. 내일 또 집회하면 다 불 지르고 죽여 버리겠다.”

집회는 난장판이 됐다. 이튿날 사역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얼굴이 하얗게 질린 한 남자가 박 선교사를 찾아왔다. 집회에서 훼방을 놓았던 바로 그 남자였다.

“배가 너무 아픕니다. 약 좀 주세요.”

집회를 쑥대밭으로 만든 사람에 대한 미움은 접어두고 진통제부터 찾아 건넸다. 그리고 기도를 해줬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뒤돌아 나갔다. 일주일 뒤 그가 기독교인이 되겠다며 찾아왔다. 3년 6개월 만에 거둔 첫 결실이었다. 첫 열매가 열리자 거짓말처럼 부흥이 일어났다. 1년 만에 1만여명의 무슬림이 세례를 받았다. 매일 밤 가진 기도회는 전국에서 찾아온 무슬림들로 가득 찼다.

자연스레 어린이들도 많아졌다. 특히 굶주리거나 부모 없는 아이들이 찾아왔다. 아이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미션스쿨 사역을 그때부터 본격 시작했다. 미션스쿨은 이슬람 사회에서도 ‘지역 복지’라는 이름으로 인정받았다.

“선교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저를 아빠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방글라데시 복음화의 씨앗으로 성장하길 기도합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의 88%가 무슬림이다. 기독교인은 0.3%에 불과하다. 박 선교사 부부는 100년 후 복음화율 30%를 목표로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현장에 갈 수 없는 박 선교사는 미션스쿨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성도 한 명이 방글라데시 결식아동 한 명을 후원하는 ‘1 대 1 결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