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재난] 감염 동선… 76번 환자, 구급차·병실서 ‘4차 전파’

입력 2015-06-17 02:40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병원 밖 사회로 확산되지 않으려면 3차 감염자에게서 4차 감염자로, 4차에서 5차로 넘어가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현재까지 나타난 4차 감염자는 6명이다.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사람은 모두 4명인데 공통점이 있다. 4차 감염을 일으킨 뒤 사망했다는 것이다.

◇‘4차 감염’ 일으킨 4명 모두 사망=16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4차 감염을 일으킨 3차 감염자는 4명으로 압축된다. 36번(82) 76번(75·여) 118번(67·여) 123번(65)이다. 감염 장소는 다르지만 모두 14번 환자(슈퍼전파자)에게 감염됐고, 이후 숨졌다.

문제는 이들이 숨지기 전에 접촉한 사람 중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76번 환자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으로 실어 나른 구급차 요원 2명(133·145번 환자)이 감염됐다. 지난 6일 76번 환자와 건국대병원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150번 환자)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118번과 123번은 각각 의원급 의료기관에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그곳에 있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118번은 경기도 용인시 양지서울삼성의원에서 153번(61·여)에게, 123번은 서울 송파구 송태의내과에서 147번(46·여)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다.

14번 환자의 접촉자였던 이들이 다른 병원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방역관리 실패의 결과다. 36번 환자는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숨지기 전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간호사(39·여·148번)에게 바이러스를 전했다.

◇병세 악화 시 감염력도 높아져=6건의 4차 감염이 사망자 생전에 이뤄졌다는 것은 병세가 악화된 메르스 환자의 바이러스가 강한 전파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바이러스 농도가 짙어질 때 감염력이 최고조에 오른다고 본다. 실제 국내 메르스 첫 환자(68)는 바이러스를 집중적으로 전파한 15∼17일 직후 기계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불안정해졌다. 14번 환자 역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지난달 27∼29일 호흡곤란 증세가 심했다.

이에 따라 4차 감염을 일으킨 사망자 4명의 생전 동선을 더욱 면밀히 추적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6번 환자의 경우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한 요양병원을 들렀고, 삼성서울병원에 다시 외래진료를 받으러 가기도 했다. 118번 환자는 153번 환자와 접촉한 지난 5일뿐 아니라 1일과 4일에도 양지서울삼성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다른 사망자 15명도 이동 경로를 자세히 파악해 접촉자 관리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난 15일 숨진 98번 환자는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과 이대목동병원뿐 아니라 동네 의원 2곳에서도 진료를 받았다. 14일 사망한 28번·81번 환자도 당국의 방역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81번 환자는 부산시가 접촉자로 관리하는 사람이 800여명이다.

◇경유병원 비공개 논란=보건 당국이 118번 환자가 경유한 양지서울삼성의원을 뒤늦게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병원을 공개하기로 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18번 환자는 지난 10일 확진 판정을 받았었다. 권준욱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단순 경유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와 격리자 수가 많은 의료기관 13곳을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했다. 삼성서울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메디힐병원, 경남 창원SK병원, 부산 좋은강안병원 등이다. 당국은 메르스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 대한 심리지원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책본부는 “국립서울병원 내 심리위기지원단을 컨트롤타워로 해 유가족을 직접 찾아가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자가 격리자도 전화나 화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