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외국인 지분 표심 해석 제각각]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증권사들도 “헷갈리네”

입력 2015-06-17 02:59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전망과 관련해 국내 증권사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합병 관련 표 대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국민연금과 외국인 지분의 표심에 대해 해석이 제각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초 발표될 예정인 글로벌 의결권 자문 전문회사 ISS의 의견서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엇갈리는 전망=교보증권은 1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삼성이 다음 달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물산 측 우호지분이 19.8%인데 비해 엘리엇 지분은 7.1%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또 “10.2%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역시 수익률 극대화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하기 어렵다”며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26.7%의 표심 역시 유동적이어서 엘리엇 공세의 성공 여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도 “현재 약 1조원 이상의 제일모직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연금이 반대하거나 기권할 확률은 높지 않다”며 “합병 무산 시 발생한 손실을 감내할 주주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합병 무산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전날 “외국계 기관이나 연기금은 ISS의 의견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ISS가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며 합병 무산 가능성을 전망했다. 외국인 주주들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줄 경우 국민연금도 영향권에 들 수 있다.

합병 무산에 대한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물산 주가도 주춤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 10일 7만5000원까지 올랐지만 16일 6만5100원까지 떨어졌다. 7만5000원은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처한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인 899만577주(5.76%)를 사들일 때의 주당 매입 가격이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 발표 이후 나흘 만에 1만원가량 하락한 셈이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물량은 전날 30만주를 넘어서며 급증세를 나타냈다.

◇엘리엇 주주제안 자격, 상법 조항에 따라 논란 여지=엘리엇의 주주제안 자격 요건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이 지난 4일 삼성물산에 보유 주식을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개정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것과 관련해 상법의 일반규정과 특례조항 중 적용 방식에 따라 자격 요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주제안권을 명시한 상법 제363조의 2-1항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일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제안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적용하면 삼성물산 지분 7.12%를 가진 엘리엇의 주주제안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수주주권을 규정한 특례조항인 상법 제542조의 6-2항은 ‘6개월 전부터 계속해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1%(자본금 1000억원 이상은 0.5%) 이상에 해당되는 주식을 보유한 자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6개월 전부터’라는 문구를 엄격히 적용하는 경우가 문제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의 주주 명부에는 엘리엇이 없었고, 시장에서는 엘리엇이 지난 3월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