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의 꽃씨 칼럼] 두 개의 검, 의협심과 전략

입력 2015-06-17 00:19

지난 8일 나는 서울시청 앞에서 피가 역류하는 심정으로 퀴어문화축제 반대집회 취소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일부 목사님과 교인들이 “왜 반대집회를 취소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다. 개별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끝까지 소리를 지르며 방해했다. 나는 그분들에게 말했다.

“나도 지금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올려진 제 설교를 안 들어보셨습니까. 저는 더 과격하게 반대집회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취소해야만 하는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지금은 전략적으로 취소를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수만명이 모이는 반대집회를 했다가 잘못해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여론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여러분들이 하는 방법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라를 위하는 것이고, 우리도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니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를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동성애 단체들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합니다.”

동성애 바람이 폭풍처럼 불어 닥치고 있다. 동성애 축제를 실내나 한적한 공원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서울광장에서 한다고 하니 보통 충격이 아니었다. 급하게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다섯 단체가 연합해 동성애반대대책본부를 꾸렸고 나는 본부장을 맡게 됐다. 수만명이 모이는 반대집회를 계획했는데 갑자기 메르스가 닥쳤다. 본부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우선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동성애 전략가인 안토니오 레그리는 동성애 확산을 위해 퍼레이드를 가장 큰 홍보수단으로 보았다. 그들은 퍼레이드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단순히 관심만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집회를 유도한다. 심지어 반대집회가 아주 과격해져 폭행까지 가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한다. 자신들이 박해받는 약자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대중들이 연민과 동정을 갖게 한다.

나는 그런 전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과격시위를 하지 않고 우리의 뜻을 국민들에게 차분하게 전하는 집회를 하려 했다. 동성애가 국민 보건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 행위인지 알리고, 우리 자녀들의 건강한 미래와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성애 확산은 막아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반대집회를 취소하고 광고를 하자” “집회를 강행해야 한다”는 등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그 와중에 야당 대표도 만나고 서울시청을 방문하면서 퀴어문화축제 완전취소를 위해 발로 뛰었다. 그러나 퀴어문화축제 쪽에서 완전취소는 하지 않고 규모를 대폭 축소시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도 대규모 반대집회를 취소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지금도 나는 “왜 반대집회를 취소하느냐”며 항의했던 분들을 마음속으로 존경한다. 서울시청 항의방문을 하고 나오면서 그분들을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붙잡는 바람에 그냥 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그분들의 용기와 의협심을 본받아야 한다. 특히 자발적으로 모이고 또 지방에서 차를 타고 올라와 끝까지 반대집회를 하신 분들에게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한국교회는 그분들의 용기를 배워야 한다. 그러나 자칫 앞뒤 모르고 의협심만 발휘하다가는 그들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동성애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연합은 물론 치밀한 전략도 필요하다.

전략을 세우려면 한국교회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모든 교계 단체들이 컨트롤 타워의 전략을 수용하고 리더십에 순응해야 한다.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반기독교 세력들은 치밀하고 전략적인데, 우리는 전략이 너무 없다. 이제라도 함께 연합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방법상 차이가 있을 뿐임을 인정하고 서로 정죄하거나 비난하지 말자. 오히려 서로 배려하고 세워주는 꽃씨를 뿌려야 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두 개의 검을 가져야 한다. 한 손에는 의협심의 검을, 다른 한 손에는 전략이라는 검을!

소강석(새에덴교회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