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앞도 못보는 주택정책… 1%대 ‘수익공유형 모기지’ 무기한 연기

입력 2015-06-17 02:05

정부가 1%대 저금리로 주택대출을 해주는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이 발표 6개월 만에 중단된 것이다. 주택시장이 웬만큼 정상화됐고 가계부채가 심화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상품 출시를 기다리던 이들만 골탕을 먹은 셈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시범사업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출시 계획을 밝혔던 이 상품은 우리은행을 통해 최초 7년간 연 1%대 초저리 대출을 해주고 향후 집값이 오르면 수익을 은행과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3월 말이나 4월 출시 예정이었지만 금융위원회가 추진한 ‘안심전환대출’과 판매 시기가 겹치면서 6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연소득 제한이 없고 대출 가능 주택 범위(공시가격 9억원, 전용면적 102㎡ 이하)도 넓어 대출 금리가 부담스러운 서민이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국토부가 갑자기 이 상품 출시를 연기한 것은 가계대출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액은 765조2408억원으로 사상 처음 전달 대비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한은이 올 들어 지난 3월과 이달 초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가계부채 우려는 더 커졌다. 관계부처들은 지난 3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 측은 가계부채를 부추길 수 있는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기획재정부 역시 이 상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미 주택시장이 정상화됐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지난달 주택매매 거래량은 11만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5% 급증했고, 1∼5월 누계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 늘었다. 이 상품 출시 목적이 ‘침체된 주택시장 살리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택시장에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대대적으로 야심 차게 홍보했던 주택 상품을 시장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로 보류함에 따라 불과 반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정책 일관성을 스스로 훼손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정부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에 이 상품을 기다리던 서민들만 주택 구입 시기를 놓치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표 당시 회복기에 있던 주택시장이 이젠 정상화됐다고 판단했다”며 “4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도 1년 전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이건 금융 당국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이번에 연기 결정을 발표하면서 별도의 출시 일정이나 기준조차 밝히지 않아 아예 없었던 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당장 하반기 시장 환경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정확하게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주택시장이 침체돼 촉매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박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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