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멀기도 하지만 메르스 때문에….”
오는 20일 서울 강남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김모(29)씨는 요즘 지인들로부터 ‘미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메르스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걸 주저해서다. 특히 지방에 있는 친인척이나 친구들은 서울 하고도 강남이라는 장소에 기겁한다. 김씨는 “대규모로 감염자를 낳은 삼성서울병원이 강남에 있다 보니 지방에서는 걱정이 크다”며 “마음 편히 오라고 말도 못하고 속병을 앓고 있다”고 털어놨다.
사그라지지 않는 메르스 여파로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음 같아선 결혼식을 연기하고 싶지만 수개월 전부터 정해 놓은 날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큰마음을 먹고 미루려 해도 온갖 계약에 걸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A씨는 결혼을 열흘 남짓 앞둔 지난 10일 예식장에 전화를 걸어 취소 문의를 했다. 돌아온 대답은 취소할 때 내야 할 위약금 정보였다. 총 예식비와 식비의 40%가 위약금이었다. 다른 날로 변경할 수 있다지만 기껏해야 2∼3주 뒤였다.
웨딩업체에는 하루 5, 6건씩 취소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메르스가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다.
결혼식 참석 ‘보증인원’을 줄여달라는 요청도 많다. 웨딩업체는 식사 준비 등을 이유로 계약 때 예상 하객 수를 정한다. 참석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자 이 보증인원을 낮추려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말 결혼한 B씨(31·여)는 결혼 1주일 전에 보증인원을 450명에서 380명으로 낮췄다. 그는 “메르스 때문에 오기 힘들다는 사람이 많아 수정 요청을 했는데 다행히 받아들여졌다. 실제 결혼식에는 360명쯤 온 것 같다”고 했다.
6월의 예비부부들을 강타한 ‘메르스 패닉’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 웨딩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이달 말 열릴 웨딩페어에 방문을 약속했던 예비부부의 10% 정도가 취소 의사를 밝혔다. 참가신청 자체도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황인호 최예슬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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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7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