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2층 연회주방. 이른 아침부터 주방은 야채를 다듬고, 생선을 자르며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이들은 롯데그룹이 올해부터 신입사원 채용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스펙태클 오디션’을 통해 1차로 선발된 9명의 예비 요리사들이다. 스펙태클 오디션은 ‘화려한 볼거리(Spectacle)’라는 뜻과 ‘무분별한 스펙 쌓기에 태클을 건다(Spec-tackle)’라는 뜻의 중의적인 의미다. 스펙을 초월해 오직 직무수행에 적합한 능력만을 평가해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날 롯데호텔 요리사에 도전한 9명의 오디션 응시자들도 학력이나 경력을 무시하고 1차 에세이 심사만을 통해 선발됐다. 롯데 관계자는 “총 43명이 에세이를 제출했고, 지원자의 요리에 대한 열정이나 지원 동기, 요리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 9명을 골랐다”고 말했다.
오디션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흰색 조리복을 입은 참가자들은 직접 가져온 칼과 프라이팬 등을 내놓고 꼼꼼히 재료를 살폈다. 오전 9시에 마침내 조리 과제가 공개됐다. 훈제연어 애피타이저, 가자미로 만든 생선요리, 양갈비살을 이용한 육류요리 등 총 3가지 요리를 만드는 과제였다.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응시자들에게는 레시피 작성 및 재료 손질을 위해 1시간이 주어졌다. 지원자들은 레시피를 준비한 A4종이에 꼼꼼히 적고, 곧바로 생선과 고기를 손질하며 바삐 움직였다.
긴장된 표정의 예비 주방장들 사이로 ‘매의 눈’을 한 심사위원들은 모든 과정을 꼼꼼히 살피면서 평가표에 점수를 기록했다. 한 심사위원은 “준비 과정에서도 작업에 대한 순서나 계획성, 재료 준비와 칼을 사용하는 기술, 개인위생 등을 살펴본다”고 말했다. 이날 심사위원에는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상무)을 비롯해 남대현 연회담당 총책임, 여경옥 중식부분 임원, 김송기 조리팀장 등 롯데호텔의 주요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오전 10시부터는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됐다. 지원자들은 1시간에 1가지 요리를 완성해 총 3시간 동안 오디션을 치렀다. 완성된 요리는 곧바로 주방 밖에 전시됐고, 심사위원들은 완성된 요리의 비주얼적인 측면을 꼼꼼히 살핀 뒤 직접 시식을 해보며 최종 평가를 내렸다. 이 총주방장은 “완성된 음식의 맛과 비주얼적인 측면 등이 중요한 평가 항목이지만 조리사가 되고자 하는 열정, 미래 발전 가능성, 창의력도 중점적으로 본다”면서 “이번 오디션을 통과하게 되면 인턴이 아닌 정직원으로 호텔 주방에서 근무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디션에 참가한 박재형(25)씨는 “일반적으로 호텔 요리사를 뽑을 때는 업무와 상관없는 출신학교나 수상경력 등을 많이 보는데, 오직 요리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오디션이 열려 맘껏 도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오디션 최종 합격자는 오는 26일 발표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수상경력·학벌 가라” 스펙에 태클… “실력으로만 승부” 볶고 끓이고… ‘스펙태클’ 요리사 오디션
입력 2015-06-17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