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중요한 취재원이다. 요즘은 좀 줄었지만 내가 취재를 담당하던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중앙의 종합일간지마다 5∼6명의 기자가 서울시를 맡았다. 여러 취재 대상 가운데 기자들이 가장 많이 상주하는 곳의 하나였다. 지금은 서울도서관 자료실이 된 옛 시청사 2층 기자실은 늘 수십 명이 북적거렸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시 관련 기사만 싣는 수도권면을 별도로 만들었다.
흔히 서울시를 ‘작은 정부’, 서울시장은 ‘소통령’으로 불렀다. 기능과 위상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다. 95년 첫 민선시장 시대 이후에는 이런 칭호가 무색할 정도로 서울시장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1대 조순을 비롯해 고건, 이명박, 오세훈을 거쳐 현재의 박원순에 이르기까지 ‘서울시장=대권가도’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게 사실이다.
권력의 핵심이 된 서울시장은 정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여당 시장이었던 고건, 오세훈은 정부와 밀월이었지만 조순, 이명박 같은 야당 시장은 관계가 불편할 때가 적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사태 이후의 행보를 두고도 지지와 반대 측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그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퍼뜨려 불안감을 더한다고 연일 강도 높게 때렸다.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된 박 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는 모양새다. 반면 야당 등은 그가 메르스 대처 방식의 물꼬를 제대로 바꿨다고 칭찬이 자자하다.
여론은 박 시장 편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6월 둘째 주 기준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그는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 또 다른 기관의 조사에서도 역시 1위였다. 메르스가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킨 것이다. 메르스 발생 이후 박 시장이 가장 ‘핫’한 인물 중 한 사람이 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너무 이른 전망이지만 메르스 파동이 과연 박 시장의 대권 향배에 선순환의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한마당-정진영] 박원순 시장과 메르스
입력 2015-06-17 00:10